보건복지가족부가 내달부터 의학적 임의비급여 의약품을 양성화할 방침이지만 항암제와 급여기준 초과분을 대상에서 제외한데다 심평원 승인을 받기 위해 갖춰야 할 서류도 만만치 않아 실효성이 떨어지고, 병원 행정부담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일부 대학병원들은 벌써부터 임의비급여 양성화조치에 대해 별로 기대할 게 없다는 냉소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이영미 차장은 24일 보험심사간호사회가 주최한 제3차 건강보험연수회에서 ‘허가 초과 사용약제 비급여 승인 절차, 기준, 서식’에 대해 소개했다.
이날 이영미 차장은 “8월부터 허가 초과 약제 가운데 의학적 근거가 있는 임의비급여 의약품은 비급여로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할 계획이지만 항암제는 제외한다”면서 “항암제는 특성상 허가사항 초과분에 대해 합의하기가 어렵고, 암질환심의위원회 전문가들이 따로 심의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또 이 차장은 급여기준을 초과한 임의비급여에 대해서도 비급여 승인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급여기준 초과 약제는 식약청 허가사항과 무관해 기준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면서 “항생제를 포함한 급여기준 초과 약제에 대해 복지부가 제도 개선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임의비급여 약제가 병원 IRB(임상시험심사위원회)를 거쳐 심평원의 승인을 받았다 하더라도 이를 신청한 병원에 한해 비급여로 사용할 수 있다.
만약 다른 의료기관이 동일 약제를 비급여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승인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 차장은 “임의비급여 약제의 비급여 신청은 병원급 이상에서만 할 수 있기 때문에 의원은 대상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비급여 승인을 위해 심평원에 제출해야 하는 관련 서식도 방대해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상당한 행정 부담을 감수해야 할 상황이다.
심평원이 마련한 비급여 승인 신청서식안을 보면 의학적 근거와 투여 대상, 투여 방법, 비용 효과, 진료의사 의견 등을 기재해야 하고, 이와 별도의 논문 요약표를 제출해야 한다.
여기에다 비급여 승인 약제를 투여하면 약제 사용량(용법 및 용량, 투여기간 및 총 사용량), 치료 결과(검사 결과), 소요비용 등도 정기적으로 보고하도록 했다.
이 차장은 “약제 투여결과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 환자별로 치료결과를 상세히 기재해야 한다”면서 “병원 입장에서는 업무량이 크게 증가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그러자 이날 연수회에 참석한 병원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한숨 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날 연수회에 참석한 순천향대 부천병원 관계자는 “극히 일부 약제에 한해 임의비급여가 양성화되면 병원의 혼란이 있을 것”이라면서 “항암제가 빠져 아쉽다”고 꼬집었다.
또 이 관계자는 “서식을 작성하기 위해 행정력이 많이 소요될 것 같다”면서 “서식 간소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성모병원 관계자도 “항암제가 빠지면 비급여 승인 신청할 게 없지 않느냐”면서 “복지부가 눈 감고 아웅하는 것 같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이어 그는 “항암제와 급여기준 초과분을 임의비급여 양성화 대상에서 제외하고, 서식을 이렇게 복잡하게 하면 지금보다 더 음성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