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에서 호응을 얻고 있는 ‘찾아가는 산부인과’ 사업이 주민들의 피해를 야기시키는 근시안적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8일 의협과 경남의사회에 따르면, 경남지역에서 실시중인 ‘찾아가는 산부인과’ 사업 시행으로 인근지역 산부인과 의원들의 환자수가 80% 가까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4월부터 경남도청과 인구가족보건복지협회가 공동으로 벌이고 있는 ‘찾아가는 산부인과’ 사업은 초음파 진단기와 태아기형검사, X-선 촬영기 등 산전검사에 필요한 장비를 갖춘 버스를 이용해 서부지역 6개 군에서 월 2~3회 무료로 실시하고 있는 상태이다.
여기에는 인구협회 경남지회 가족보건의원에 근무 중인 산부인과 전문의와 간호사, 임상병리사 등 의료진이 참여하고 있어 의료기관 부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임산부 가정들의 불편을 해소했다.
문제는 저출산 극복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이번 사업이 의료기관의 경영악화를 부추겨 산부인과 없는 지역으로 변모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경남의사회의 실태조사 결과, 진주시 등 서남지역 4개 산부인과의원의 환자수가 사업 시행전에 비해 80% 줄어들어 해당 의원들의 경영난에 허덕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남의사회측은 “우려했던 현상이 이미 해당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더욱이 산전 진찰 뿐 아니라 부인과 검사까지 하고 있어 급격히 감소하는 환자로 인해 대다수 의원들이 폐업이나 타 지역 이동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고사위기에 처한 지역 개원가의 분위기를 전했다.
당초 경남도청은 의사회의 우려와 관련, “찾아가는 산부인과는 저출산 극복 차원에서 산전 진찰을 통해 발굴한 신규 환자를 인근 의료기관과 연결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기우에 지나지 않음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도청 저출산 대책팀 관계자는 “산부인과 의원이 없는 6개 군에 한정된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의사들이 전체 지역의 문제인 것처럼 호들갑을 떨고 있다”면서 “산부인과에서 산전 진찰만으로 경영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비만치료 등 다양한 형태로 변해가는 의원들의 패턴을 꼬집었다.
"목적 변질된 생색내기 사업…타 지역 확산 가능성 커“
이 관계자는 이어 “의사들이 과거 높은 보수만 바라볼 뿐 시대가 변했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며 “해당지역에 가서 직접 확인해보면 다문화 가정 등 의사소통도 어려운 임산부들이 힘든 몸을 이끌고 도심까지 어떻게 나올 수 있는지 말하기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남도청이 ‘찾아가는 산부인과’를 위해 올해 책정한 예산은 9억 8700만원으로 장비와 버스를 제외한 의료진 인건비로 절반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인구협회와 체결한 2년 계약을 고려할 때 내년에 4~5억원의 별도 예산이 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의협 박정하 의무이사는 “찾아가는 산부인과는 저출산 문제의 대안으로 해당 시도 입장에서는 생색내기 좋은 아이템”이라고 전하고 “좋은 의도로 시작됐지만 목적이 변질되는 사업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이미 개원가의 피해가 시작됐음을 내비쳤다.
박정하 이사는 “수요와 공급에 따라 형성되는 의료의 특성상 환자가 없는 지역에 의원들이 존속하기 힘들다”며 “복지부 및 정치권에 이 사업의 부당성을 알리고 시정해 줄 것을 강력히 건의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경남의사회는 인구협회를 통한 산전 진찰 대신 인근 의원들이 당번제로 해당지역 보건소에서 주 1회 진료하는 방안을 경남도청에 건의했으나 명확한 답변을 받지 못한 상황이다.
의협 김주경 대변인은 “비단 경남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자체의 실적 올리기 차원에서 타 지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고사 위기에 처한 의원들이 1~2년내 해당지역을 떠난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해결책 마련을 위한 경남도청의 적극적인 자세를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