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제 개발을 통한 국부창출을 공표한 국립암센터가 관련 부처의 난색으로 사업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다.
26일 국립암센터에 따르면, 지난 6월 취임한 이진수 원장이 핵심 경영목표로 천명한 항암제 개발 사업이 두 달 반이 지난 현재까지 아무런 윤곽조차 잡히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이진수 원장은 지난달초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의료와 제약의 산업화를 위한 가교적 개발(B&D)을 경영목표로 정하고 항암제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면서 “개발 중인 항암제 후보물질을 선별해 전 임상부터 신약 등재에 필요한 모든 임상을 거친 제품화를 추진하겠다”며 신약개발을 기반으로 한 암 연구의 패러다임 변화를 예고했다.
이 원장은 이 자리에서 “화이자 등 외자사가 복지부 협약 등을 통해 대규모 예산투자를 천명하고 있으나 자신들의 약제 개발을 위한 투자일 뿐 한국 의료산업 발전을 꾀한다고 보긴 어렵다”며 국내 항암제 제품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미 항암제 후보물질을 지닌 이진수 원장은 암센터의 현 연구 인력과 시설 등을 토대로 재정적 지원만 뒷받침된다면 세계 시장을 겨냥한 항암제 개발이 가능하다는 강한 신조를 지니고 있다.
문제는 항암제 개발은 연 1000억원대 예산이 투여되는 장기적인 사업이라는 점이다.
취임 초기부터 청와대를 비롯하여 기획재정부와 복지부, 국회 및 경제계 등 정관계 요로를 통해 물밑작업을 벌여왔으나 확답을 받은 곳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암센터 고위 관계자는 “원장을 비롯한 핵심 임원진이 기획재정부 설득에 주력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이렇다 할 답변을 듣지 못한 상태”라면서 “항암제 개발은 1000억원대 이상의 연구비가 필요하다는 면에서 관련 부처간 협의가 용이하지 않을 수 있다”며 정책 우선순위에서 항암제 연구가 지닌 어려움을 피력했다.
주관부처인 복지부도 이진수 원장의 추진목표에 찬성하면서도 전략적으로 성급하다는 입장이다.
암정책과 관계자는 “수 백 억원의 국고가 투입된 암센터의 양성자치료기가 얼마나 실효성이 있는가”라고 반문하고 “항암제도 1000억원대 대규모 투자가 요구된다는 점에서 구체적 기반을 구축 후 점진적으로 추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해 암센터의 앞선 행보에 우려감을 내비쳤다.
일각에서는 이진수 원장이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국회 등에서 긍정적 답변을 얻었지만 정치적 상황을 고려해 공표를 미루고 있다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유럽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암연맹 회의에 참가중인 이진수 원장은 다음주(9월 5일)로 예정된 국립암센터 이사회에서 센터별 조직개편과 더불어 항암제 프로젝트 진행상황을 보고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