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이 암환자들을 대상으로 통합진료를 시행한 결과 진료 만족도, 치료 기간, 환자 비용 부담 등에서 일반 외래진료에 비해 월등히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이 같은 1석3조에도 불구하고 통합진찰료 수가가 별도로 마련되지 않아 병원은 손해를 감수하고 통합진료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아산병원은 통합진료를 받은 암환자와 일반 외래진료 환자들을 대상으로 진료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일반 외래진료보다 통합진료를 받은 환자들에서 만족도가 크게 높았다고 16일 밝혔다.
서울아산병원 암센터(소장 이규형)는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암 통합진료를 받은 환자, 보호자 86명과 일반 외래진료를 받은 환자, 보호자 786명을 대상으로 고객만족도 조사를 시행했다.
만족도조사 결과 통합진료환자 97.6%, 일반 외래진료환자 91.8%가 진료 수준에 만족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진료 수준에 만족한다고 응답자 가운데 ‘매우 그렇다’고 답한 비율은 외래진료 환자군에서 25.4%인 반면 통합진료환자군에서는 61.6%로 2배 이상 높았다.
일반적인 외래진료 방식은 대장암 환자를 예로 들면 먼저 소화기내과에서 진료를 받은 후 외과, 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 등 관련 진료과에서 여러 날 내원해 따로따로 거친 후 검사 결과에 따라 진료과를 전전하며 항암화학요법과 방사선 치료, 수술 등의 치료를 받게 된다.
반면 서울아산병원 통합진료팀은 환자가 통합진료실에 들어서면 내과, 외과, 종양내과, 방사선종양학과, 영상의학과 전문의를 한자리에서 만나게 된다.
이를 통해 각 진료과별 암 전문의들은 환자가 보는 앞에서 정확한 진단과 치료 방법을 협의한 후 최적의 치료계획을 설계한다.
한 명의 환자를 위해 최고의 전문가들이 한자리에서 협의해 수술이나 약물치료 등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치료 방법을 결정하고 제시하는 것이다.
서울아산병원은 2006년 7월부터 암 통합진료시스템을 도입, 암센터에 통합진료실을 열었다.
현재 암센터 통합진료팀은 대장암 5개팀, 폐암 2개팀, 비뇨기암 2개팀, 식도암팀, 유방암팀, GIST팀이 가동중이며, 연간 700여명을 통합진료하고 있다.
통합진료를 받은 환자들은 매우 높은 만족도를 표시했다.
통합진료의 가장 큰 장점인 의료진간 협동성에 대해 조사 대상자의 98.8%는 ‘그렇다’고 응답했으며, 서비스의 신속성에서도 98.8%가 ‘그렇다’고 답해 암의 진단부터 수술,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등의 치료계획을 동시에 수립, 치료기간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장점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또한 진단 및 치료 방향에 대한 신뢰도를 묻는 질문에서 97.7%가 신뢰한다고 응답했으며, 통합진료 전후의 심리적인 변화를 묻는 질문에서는 85.3%가 진료 후 편안해졌다고 대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아산병원은 “환자와 여러 진료과 전문의가 동시에 한 자리에 모여 최적의 치료계획을 수립함으로써 환자와 가족들은 의료진을 신뢰하게 되고, 어떤 치료를 받을지 스스로 선택해야 하는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반적인 외래시스템에서는 환자가 여러 진료과 전문의로부터 치료계획을 들은 후 방사선치료, 수술, 항암치료 중 어떤 치료를 받을지 결정해야 한다는 점에서 통합진료와 크게 다르다.
이와 함께 서울아산병원은 “기존의 진료시스템은 진료와 검사를 받은데에만 최소 1개월에서 수개월이 소요되고, 여러 차례 병원을 방문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하지만 통합진료시스템은 암 환자가 첫 외래진료를 받은 뒤 정밀검사를 거쳐 수술 또는 항암치료를 받기까지 2~3주 이내로 단축시킬 수 있는 효과도 있다”고 덧붙였다.
통합진료는 환자의 진료비용 측면에서도 유리하다.
예를 들어 대장암 환자가 소화기내과, 외과, 방사선종양학과, 종양내과 등을 각각 방문하면 진찰료를 4번 부담해야 하지만 통합진료는 한꺼번에 이들 전문의들을 보기 때문에 현 수가체계에서는 1번만 내면 된다.
이규형 암센터 소장은 “지난 2년간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으로 서울아산병원 암센터 통합진료시스템이 성공리에 정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소장은 “통합진료시스템 도입으로 암 환자들의 불필요한 시간과 사회적 비용을 줄이면서 암에 대한 최적화된 치료를 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앞으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암치료 시스템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현 건강보험에서는 4명이 한꺼번에 통합진료를 하더라도 진찰료를 1회만 산정할 수 있어 병원 경영측면에서는 손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통합진료가 일반적 진료시스템에 비해 비용효과적인지, 치료성적이 우수한지 여부를 검증해 환자와 병원이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수가체계를 개발하는 게 시급하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