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가 성장판검사를 위해 X-선기기를 사용한 것은 위법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1부(재판장 김인욱)는 최근 의정부 A한의원 노 모 원장이 X-선기기를 사용한 것에 대해 45일 면허자격정지 처분을 내린 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면허정지처분 취소소송에서 이같이 판결했다.
노 원장은 지난해 1월부터 약 5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X-선장비 ‘BGM-6’를 이용해 성장판 검사를 실시하다 적발돼 복지부로부터 45일간 한의사면허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그러자 노 원장은 “현행 의료관계법령 상 한의사가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를 사용할 수 없다는 규정이 없다”며 복지부를 상대로 면허정지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X-선기기는 의료용으로만 쓰이는 것이 아니라 공학용으로도 사용되고 있고, 성장판을 검사하는 것은 한의학적인 측면에서 볼 때 뼈의 상태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는 진단방법인 ‘망진’에 해당하기 때문에 한의학적 이론을 바탕으로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서양의학과 한의학은 이원적으로 구분돼 있고, 인체와 질병을 보는 관점도 달라 진단방법에도 차이가 있는 등 X-선기기를 이용한 진단을 한방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못 박았다.
이어 법원은 “X-선기기는 서양의학적 기초에 둔 기기이므로 한의사와 의사의 면허범위를 구분해 업무영역을 구분하고 있는 이원적인 의료관계법을 취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이를 허용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법원은 “원고의 한의사면허자격을 정지시킴으로써 진단용 방사선 발생장치와 관련이 없는 진료행위까지 할 수 없게 하는 것은 위반행위에 비해 지나치게 가혹한 처분”이라며 “이는 재량권의 범위를 넘거나 재량권을 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며 45일 처분을 경감할 것을 복지부에 주문했다.
이번 판결은 X-선기기를 사용하는 한의원이 늘고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한의계에 상당한 파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한의사협회 문병일 법제이사는 “당장은 한의사들의 X-선기기 사용이 어렵겠지만 향후 한방에서도 학술적 데이터가 쌓이고 국민적 합의가 이끌어진다면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