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의료기관의 질관리를 목적으로 지난 10월부터 정신과 수가차등제가 실시됐지만 대다수 기관들이 최하등급에 머무르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너무 높은 기준에 부담을 느낀 정신의료기관들이 접수 자체를 포기하는 사례도 많아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7일 복지부와 정신병원협의회 등에 따르면 현재 정신과 의료급여 수가차등제 적용결과 대다수 기관이 최하등급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신병원협의회 관계자는 "정신과 전문의들이 수도권에 몰리면서 지역에 위치한 병원들은 인력수급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G2 등급을 맞춘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역에 위치한 대다수 정신의료기관들은 수가차등제의 효과를 전혀 맛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력기준이 미달될 경우 G5등급에 해당돼 수가가 과거 수준에 동결되기 때문. 이에 따라 상당수의 정신의료기관들은 접수조차 포기한 채 불이익을 감수하고 있다.
현행 정신보건법상 인력기준(의사 1인당 입원환자 60명 이하)를 충족하면 G1, G2 등급을 받게 돼 입원정책수가가 5만 1000원으로 상향조정된다.
하지만 인력기준에 미달될 경우(의사 1인당 입원환자 101명 이상) G5 등급을 받게 돼 3만 800원의 수가에 만족해야 한다.
정신병원협의회 관계자는 "현재 전국 정신의료기관의 평균이 의사 1인당 환자 82명"이라며 "결국 대다수 의료기관들은 차등제를 적용할 경우 낮은 등급을 받을 수 밖에 없다는 뜻"이라고 꼬집었다.
지역에 위치한 A정신병원 원장도 "서울에 비해 1.5배의 임금을 준다고 해도 전문의들이 오질 않으니 도대체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며 "질관리도 좋지만 이같은 인력수급 불균형을 해소하는게 먼저 아니겠냐"고 토로했다.
따라서 정신병원들은 인력으로만 수가차등제를 실시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시설과 환경, 진료 프로그램 등 질관리를 위한 노력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신병원협의회 관계자는 "비록 의료인력은 부족하지만 이에 비해 우수한 진료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는 병원도 많다"며 "또한 지역에는 서울에 비해 시설이 상대적으로 좋은 경우도 상당수"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인력으로만 평가하지 말고 종합평가제를 실시해 이러한 질관리 노력들도 수가에 반영해 줘야 한다"며 "그것이 곧 정신의료기관의 질을 높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