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협회 100주년 기념행사는 14~16일까지 3일간 성대히 치뤄졌음에도 불구하고 형식적인 행사에 그쳤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15일 의협 100주년 기념식에는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많은 인파가 행사장을 가득 메웠지만 정작 이날을 자축해야할 개원의, 봉직의 등 의협 회원 보다는 의협집행부 및 의협직원과 동원된 학생들이 많았다는 지적이다.
"의협 자체행사 불과…회원 참여 저조"
실제로 15일 기념식 행사에 참여한 의사들은 이처럼 좋은 날 모든 회원이 함께하지 못한 점을 가장 아쉬움으로 꼽았다. 말 그대로 100년에 한번 맞이할 수 있는 의미있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전국의 모든 의사가 기쁨을 공유하지 못해 안타깝다는 얘기다.
실제로 지방의 경우 의사회 임원만 일부 참석했고 서울, 경기 등 개원의들도 개별적으로 찾아온 회원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회원은 "내 인생에 있어 100주년을 맞이하게 돼 영광스럽고 이 자체가 행운이고 즐거운 일이지만 전체 회원들과 다함께 하지 못해 아쉽다"고 했다.
그는 이어 "주말을 이용해 응급의료만 제외한 의료인력은 전국의 모든 의사들이 휴일을 갖고 한자리에 모여 지난 100년과 향후 100년을 짚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했다"며 "이번 행사 슬로건이 '국민과 함께하는'이라는 점에서 보더라도 이만큼 좋은 홍보도 없었을 것"이라고 재차 아쉬움을 토로했다.
또한 이날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경기도 한 개원의는 "이번 100주년 행사를 모든 의사들이 뭉칠 수 있는 계기로 삼았어야 했는데 아쉽다"며 "수가·지불체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보고 의사의 미래상을 그려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도 한 개원의는 "요즘 경제가 어려워서 각 의료기관마다 심각한 상황에서 막대한 예산을 투자해 실시했을만큼 의미있는 행사였는지 의문"이라며 "솔직히 당장 먹고살기도 어려운 시점에 성대한 행사가 우리에게 무슨 소용이냐"고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이어 "100주년 행사는 우리에게 남의 나라 얘기로 느껴질 뿐"이라며 "행사 예산으로 차라리 의료수가 현실화를 위한 연구용역 등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에 투자했으면 어땠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100년에 한번 있는 의미있는 행사…영광이다"
그러나 의협 100주년 행사 자체에 의미를 높게 평가하며 자축하는 분위기도 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대한의학회 김건상 회장은 "축하해야 할 일이며 지난 100년의 역사가 자랑스럽고 앞으로의 100년은 의료의 국경을 없애고 한국의료가 세계를 선도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했다.
김 회장은 이어 "지금까지 의사에게 희생을 강요함으로써 유지됐던 의료시장이 아닌 공급자와 수용자 양측 모두 긍정적인 방향으로 전환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전라남도 김영식 회장은 "이번 행사가 당초 준비위원회 사람도 교체되는 등 불협화음이 있었지만 큰 문제 없이 행사를 성대하게 마무리 돼 기쁘다"며 "이번 행사를 계기로 새롭게 도약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의협 100주년위원회 김종근 위원(대개협 회장)은 "일반 회원들의 참여가 저조했던 것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10만 의사에게 하나하나 초청장을 보낼 수는 없는 일이지 않느냐"며 "이는 주최 측의 준비부족으로 돌리기 보다는 사회적 분위기와 관련이 높다고 본다"고 했다.
그는 이어 "경기침체로 의사들도 무기력증에 빠져 있어 축제를 즐길 여유가 없지않았다 생각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