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A제약사의 고혈압 신약 임상시험을 의뢰받은 B 병원은 피험자를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외래에서 진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로 간신히 목표치인 73명을 채웠지만 최종 테스트결과 의뢰 회사가 원하는 적응증을 입증하기에 적합한 환자는 얼마 되지 않아 결국 신문광고를 내기로 했다.
이 병원 임상시험센터 관계자는 임상시험 피험자를 구하는 일이 최고 난제라며 피험자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스터디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보통 경증이나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임상시험이 피험자를 구하기 어렵다고 하지만 신경계통이나 암 치료제 임상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며 "교통비 지급 등 당근을 제시하면서 목표치를 채우려고 하지만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고 말했다.
제약사와 병원에서 신제품이나 새로 나온 약물의 안전성 유효성을 검증하기 위해 많은 임상시험을 벌이고 있지만 피험자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적지 않다.
특히 최근들어 임상시험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어려움이 더욱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많은 회사들이 집중적으로 개발중인 당뇨, 류마티스관절염, 항암제, 심혈관질환 의약품 등에서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대형 병원에 임상시험이 집중되고 있는 것도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S병원 임상시험센터 담당자는 26일 "교통비와 사례비를 지급하고 관련된 검사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는 부분을 강조하면서 설득해 보지만 위약군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어렵다고 하는 분들이 많다"고 말했다.
다른 병원 관계자도 "항암제 면역질환 등 약을 끊거나 바꿀 경우 크게 반응이 오는 환자군을 대상으로 한 시험은 피험자 모집이 더욱 어렵다"며 "리쿠르팅이 안돼 일정을 미루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국내 제약사 관계자는 "실제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은 사정이 나은 편"이라며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시험의 경우 더 어려워 피험자에 '알바'가 100% 없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국적사 한 관계자는 "국내사 뿐 아니라 다국적사도 피험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많은 회사들이 집중적으로 개발중인 분야는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며 "실제로 몇몇 회사는 계획한 피험자수를 달성하지 못해서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