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이 보험사에 진료수가를 청구할 수 있는 경우에는 환자에게 진료비를 청구할 수 없도록 하는 자동차손해배상법의 ‘대환자(對患者) 청구 금지조항’이 약국과 비교해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차별이며 의료기관의 재산권도 침해하지 않는다는 헌재 판결이 나왔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권 성 재판관)는 26일 대환자(對患者) 청구 금지를 규정하고 있는 자배법 11조 5항과 이를 어길 때 의료기관장을 2천만원 이하 과태료에 처하도록 규정한 40조 2항에 대해 재판관 전원 만장일치로 합헌 판결을 내렸다.
헌법소원을 제기한 한림대학교 부속 강남성심병원장은 지난 1997년 교통사고환자인 K씨가 2인실의 상급병실을 사용함으로서 초과 발생한 입원비를 환자에게 부담시켰다는 이유로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병원측은 이에 불복하여 재판을 벌이다가 이 법 조항 자체가 ▲의료기관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약국 경영자에 비해 불평등한 대우를 받게 하며 ▲환자도 충분한 진료를 받을 권리를 누릴 수 없게 한다는 이유로 위헌 소원을 제기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이 세 가지 이유 모두 법조문을 위헌이라 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못된다며 병원측의 주장을 기각했다.
먼저 의료기관이 진료에 상응하는 비용을 청구하지 못하게 해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에 대해서 헌재는 "이 조항이 상급병실료 등에 대해 예외 규정을 충분히 마련해 두는 등 부당하게 재산권을 침해하지는 않는다"고 판결했다.
헌재는 판결문에서 “의료기관은 진료비 변제능력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는 환자에 대한 청구권이 제한되는 대신, 충분한 경제적 능력을 갖춘 보험사에 대해 청구권을 갖게되므로 의료기관에 반드시 불리한 규정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밝혔다.
또 약국의 경우는 약사가 교통사고환자에게 직접 약제비를 청구할 수 있게 해놓은 반면에 의료기관만 청구할 수 없게 해 놓은 부분에 대해서도 "합리적인 근거가 있는 차별로서 평등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약제비가 진료비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액인 데다가 약국까지 규율할 경우 보험 처리가 매우 번잡해질 우려가 있음을 고려한 결과”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끝으로 헌재는 이 조항으로 인해 환자가 충분한 진료를 받을 권리를 상실한다는 병원측의 주장과 관련해서는 “의료법에서 진료거부 금지조항을 두고 있으므로 환자가 진료거절의 위험에 처하게 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역시 위헌성을 부인했다.
판결문은 이와 관련해 “오히려 환자에게 진료비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면 지불능력이 없는 경우 정당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결과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면서 “지금도 환자가 스스로 진료비를 부담하는 조건으로 선택진료나 상급병실을 사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려있으므로 환자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지는 않는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환자 개인부담으로 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는 선택진료비의 경우는 최근 자배법 시행규칙 5조의 개정으로 인해 오는 8월 22일부터는 개인에게 부담시킬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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