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의료인력 과잉공급 이대로는 안된다
의사인력 과잉공급에 대한 의료계의 우려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미 포화상태에 접어들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의사가 넘치다보니 '醫-醫' 갈등현상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의대 정원을 획기적으로 줄이거나, 졸업 후 진료를 다변화하는 등 의사양성 구조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부처간 갈등과 각계의 반발을 우려해 미온적인 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 의사인력 과잉공급의 실태와 대안을 3회에 걸쳐 게재한다.<편집자주>
-------------<<글싣는 순서>>-----------
|제1부|쏟아져 나오는 '새내기 의사'
|제2부|전문의도 과잉공급, 구조적 문제 있다
|제3부|갈수록 첨예화되는 '醫-醫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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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에서 학회, 전문과목간 이해 다툼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진료 영역의 구분이 애매모호한 비보험 진료 분야를 중심으로 갈등이 잇따르고 있다.
미용성형 영역을 놓고 성형외과학회와 미용외과학회가 벌인 다툼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미용외과학회는 지난해 10월 성형외과학회와 미용성형외과학회, 성형외과개원의협의회를 업무방해 혐의로 서울지검에 고발했다. 자신들이 개최하는 학술대회에 일본 도쿄대 성형외과 교수 2명을 초청했으나 성형외과학회 등이 이들 교수가 자기 학회 사람들이라면서 방한을 막는 편지를 보내는 등 행사를 방해했다는 것이다.
이 분쟁은 국민과 언론으로부터 미용성형이라는 황금시장을 놓고 성형외과 전문의와 비성형외과 전문의가 '밥그릇 싸움'을 벌이고 있다는 비난을 샀다.
지난해 10월 의료법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 촉발된 간판분쟁도 사례로 손꼽을만 하다.
의료기관의 간판에 의료기관 명칭, 전화번호, 의료인의 면허번호, 성명만을 표시할 수 있으나 장소가 협소하거나 부득이 한 경우 진료과목을 병행표기하되 의원명칭 대비 2분의 1이하로 글자크기를 제한한 것이 문제가 됐는데 법개정 논의 과정에서 의협의 모 상임이사가 특정과의 이익만 대변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쟁이 시작됐다.
이 논쟁은 간판의 글자크기 제한에 찬성하는 주장과 반대하는 주장이 맞서며 전문의와 일반의간 갈등으로까지 번졌다.
전문과목 명칭변경 문제를 둘러싼 학회간 갈등도 불거져 나왔다.
소아과학회가 성인도 소아도 아닌 청소년기의 건강을 이 분야전문의들이 맡아야 한다는 점을 명분으로 내세워 전문과목 명칭을 '소아청소년과'로 개칭하려 했으나 내과학회가 (소아과)환자가 감소하자 진료영역을소아에서 청소년층으로 확대하기 위한 의도라며 즉각 반발하고 나서 갈등을 빚었다.
결국 소아과의 개명 문제는 내과학회가 결정을 의학회에 일임함으로써 '소아청소년과'로 개칭이 확정되며 논란이 일단락됐다. 그러나 내과학회에서 청소년은 내과 진료영역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불씨는 여전하다.
전문과목 내에서 조차 비보험 진료분야를 놓고 '세부전문의'제도를 이용한 편가르기가 성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고윤웅 의학회장은 "일부 학회에서 마음대로 인정의 자격을 남발하고 있으며 의료수가와 연관지어 회원들을 호도하고 있다"며 "공인 받지 못한 학회가 회원 참여를 유도하는 광고를 게재할 경우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발표하는 강력 대응하겠다"고 제동을 걸고 나섰다.
태반호르몬을 둘러싼 갈등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최근 마취과와 가정의학과 개원의들이 주축이돼 태반학회가 발족된 것으로 알려지자 산부인과 개원의협의회가 태반호르몬은 산부인과에서 가장 많은 적응증을 갖고 있어 자신들이 주도권을 행사해야 한다며 다고 주장하며 태반호르몬연구회 결성으로 맞설 태세다.
영역 구분이 애매모호한 진료분야를 둘러싼 주도권 다툼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내과 이비인후과 가정의학과 등이 감기 치료를 놓고 서로 자신들의 영역이라며 다투는 것과 내분비내과, 정신과, 산부인과, 소아과, 가정의학과가 비만 환자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 그 사례다.
이밖에도 ▲CT, MRI 등 특수의료장비 설치때 진단방사선과 전문의를 상근토록 한 ‘특수의료장비의 설치·운영·관리에 관한 규칙’을 놓고 벌인 진단방사선과와 신경외과의 대립 ▲근막동통유발점주사자극치료(TPI)의 인정기준인 ‘동통재활분야 교육과정 이수 자격’을 둘러싸고 벌어진 재활의학과와 마취통증의학과의 갈등은 의료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들이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의협과 병협간 갈등으로 대변되는 의원과 병원의 다툼, 대형병원과 중소병원간의 생존경쟁 등도 의료계의 새로운 대립구도로 자리잡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현상이 왜 일어났을까 의사 수는 해마다 큰 폭으로 늘어나는데 '파이'는 요지부동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진료영역 만으론 생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이무상 연세의대 교수는 "가장 이상적인 해결방안은 GDP의 6% 수준인 의료시장 규모를 늘리는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에 단기적으론 다원적인 방법으로 의사인력을 분산시키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고 말했다.
김종근 개원의협의회장은 "영역다툼은 어제 오늘 지적된 문제가 아니다.의사 과잉배출에 따라 예견됐던 부작용이 현실화 됐으며 앞으로 더욱 심각한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라며 "이해 당자들이 직접 해결하기에는 너무 예민한 문제가 많아 의협에서 갈등을 조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일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의사는 동료의사가 진료하고 있는 환자를 자신의 의료기관으로 유인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안된다. 의사는 동일한 행정구역 안에서 다른 의료기관과 같거나 혼동을 일으킬 우려가 있는 의료기관의 명칭을 사용하여서는 안된다. 의사는 의학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시술을 강요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동료의사의 의료행위에 대해 비난하여서는 아니된다. 그러한 경우에도 의사는 동료 의사에 대하여 인격적으로 모욕하거나 비방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
2001년 11월15일 공포된 '의사윤리지침' 제41조 내용이다. 그러나 이런 지침이 무색하게 의료계 분위기는 갈수록 살벌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