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 문을 연 산부인과 60여곳 중에서 분만을 하는 곳은 5곳도 안될 겁니다."
최근 만난 강남의 모 원장은 이렇게 푸념을 늘어놓았다. 이야기를 들어보면 강남에서는 타지역보다 높은 임대료와 과열경쟁, 인건비 부담 등으로 평범한 산부인과(?)로는 도저히 생존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산모비만클리닉, 피부클리닉은 추가수입을 위한 방편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필수 영역이라고 이 원장은 강변했다. 그나마 대규모의 광고를 하거나 상담실장을 둔 것이 아니어서 환자도 많지 않다고 했다.
게다가 강남이 타 지역보다 출산률이 낮다는 점도 강남 산부인과 위기론에 한몫 더한다. 실제로 2003년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강남은 인구 천명당 평균 8.1명의 아이가 태어나고 있었는데, 이는 서울 평균 9.8명에 한참 뒤지는 것으로 서울 최하위권이다.
저출산과 막대한 부대비용의 영향을 받은 산부인과 위기론은 강남의 소아과와 이비인후과에게까지 미친다. 보험위주의 과특성에다 저출산의 영향이 소아과는 물론 '어린 감기환자'를 쳐다보던 이비인후과에까지 미친 것이다.
강남의 한 소아과 원장은 "예방접종이 그나마 소아과를 버티게 해준다"면서 "그나마도 저출산으로 환자가 줄어들고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성형외과, 피부과 등 선택적 비보험진료과들로 주목받고 있는 강남. 그러나 강남에도 주목받지는 않지만 필수 과목 개원의들도 엄연히 존재한다.
문제는 이들이 하나하나 '이중고'에 시름시름 앓다가 비보험진료로 전향하던지 ,떨어져나갈 위기라는 것. 전국에서 가장 많은 병의원이 모인 강남에서 아이 감기치료 받을 소아과를 찾지 못해 헤매야 하는 날이 올런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