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국회 본회의는 진료비를 허위로 청구한 요양기관의 명단을 공표하는 내용의 '국민건강보험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허위청구로 행정처분을 받은 요양기관에 대해 그 처분 내용 및 해당 요양기관의 명칭 등을 공개할 수 있다.
공개대상은 허위청구 즉, 실제 진료행위가 이루어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진료기록부 등을 위·변조해 거짓 청구한 사실이 확인된 요양기관들 중에서 편취금액이 1500만원 이상이거나 요양급여비용 총액 중 허위로 청구한 금액의 비율이 20% 이상인 요양기관으로 한정했다.
공표란 행정법상의 의무 위반이 있는 경우, 그 의무위반자의 명단과 그 위반 사실을 공중이 알 수 있도록 공개적으로 발표하는 것이다.
공표제도는 개인의 명예심 내지 수치심을 자극함으로써 개인에게 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를 가하고 간접적으로 의무 이행을 확보하는 성질을 갖는다.
이는 개인의 행복추구권과 명예를 중대하게 침해하는 것이므로, 법률적 근거를 필요로 한다. 현재, 식품위생법과 공직자윤리법, 지방세법,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에서 공표제도를 두고 있다.
이번에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에서 공표제도를 신설한 것은, 요양기관의 진료비 허위청구를 방지하는 데 있다. 진료비 허위 청구는 중대한 사회적 범죄이며, 이에 대해서는 엄한 처벌과 제재가 가해져야 한다.
그럼에도, 이번에 의료계가 공표제도 신설에 적극 반대한 이유는, 남용의 위험성과 그로 인한 의료인의 피해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크기 때문이다.
개정안에서 허위청구 사실이 확인된 요양기관만 한정한다고 하였으나, 실무에서 허위청구인지 부당청구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자주 발생한다.
심지어는 진료사실을 입증하지 못하여 허위청구로 몰리는 경우도 있다. 또한, 불합리한 심사기준이나 자의적인 삭감으로 인하여 부당 또는 허위청구가 유발되는 경우도 있다. 몇 년 전에는 요양급여기준과 달리 진료비를 청구하였던 서울의 종합병원 원장들이 사기죄로 기소되기도 했었다.
진료비 청구에는 개인의 도덕적 문제로만 볼 수 없는, 복잡한 문제들이 내포되어 있다.
현재에도 진료비 허위청구 사실이 드러나면, 해당 의료인은 엄청난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 우선 형법상 사기죄로 처벌받고, 의료법에 따라 면허정지(또는 면허취소)와 의료기관 업무정지처분을 받는다.
그에 그치지 않고, 건강보험법이나 의료급여법에 따라 진료비 환수 및 요양기관 업무정지(또는 과징금) 처분을 받는다. 이중, 삼중의 제재를 받고 있는 것이다.
거기에다 명단까지 일반에 공표되면, 거의 재기 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다. 특히 다른 행정처분과는 달리 한번 명단이 잘못 공표되면, 이를 원상회복 시키기는 매우 어렵다.
그에 따라, 개정안에서는 명단 공표 이전에 의견진술 기회를 부여하고, 공표위원회의 사전 심의를 거치게 하는 등 사전권리구제 제도를 두었다.
그나마 다행한 일이기는 하지만, 문제는 위와 같은 절차들이 실무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여부이다. 현재와 같은 형식적이고 불완전한 절차로 진행된다면, 억울한 피해자들이 양산될 수 있음으로 명심해야 할 것이다.
매주 의료법률칼럼을 게재하는 현두륜, 최재혁 변호사는 메디칼타임즈 독자들을 위해 법률상담서비스를 실시합니다.<상담 전화:02-3477-2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