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부속대학병원이 아니지만 의대와 협력병원을 맺은 의료법인이나 사회복지법인 등이 소속 전문의들에게 전임교원 신분을 보장해 주던 관행에 대해 교육과학기술부가 ‘교수 불인정’ 처분을 내리자 전임교원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교과부는 학교법인이 아닌 비영리법인의 경우 학생 교육을 위해 설립된 게 아니기 때문에 겸직을 허용할 수 없다고 못 박고 있어 파장이 일파만파로 번질 조짐이다.
A병원 관계자는 23일 “의대 부속병원이 아니더라도 의대생 교육과 연구 기능을 충실히 수행해 왔다면 소속 전문의들을 전임교원으로 인정해야 한다”면서 “어디에서 근무하느냐를 기준으로 전임교원 인정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또 이 관계자는 “현 대학설립·운영규정에 의대 부속병원이 아니더라도 다른 병원에 학생 교육을 위탁할 수 있는 근거가 있는 만큼 이 규정을 보완해 의대 협력병원도 의대 부속병원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A병원은 의료법인이면서 A의대와 협력병원을 맺고, 소속 전문의에 대해 전임교원 신분을 보장하고 있는 상태다.
현 대학설립·운영규정에 따르면 의학계열이 있는 대학은 부속시설 중 부속병원을 필수적으로 갖춰야 하며, 교육에 지장이 없는 범위 안에서 예외적으로 다른 병원에 위탁해 실습교육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학설립·운영규정을 개정, 의대 협력병원에 대해서도 학생실습을 위탁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A병원과 비슷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B의대 역시 같은 입장이다.
B의대 학장은 “일부 의료기관들이 의대 협력병원 협약을 체결해 실질적인 학생 교육을 수행하고 있는데 이들 교원들을 전임교원으로 불인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반면 그는 “문제는 협력병원 가운데 사실상 교육기능이 전무한 의료기관까지 교원 자격을 남발하고 있는 것”이라며 일부 개선 여지가 있다는 점도 솔직하게 인정했다.
현재 의대 부속병원이 있으면서 같은 재단 산하 의료법인에 근무하는 전문의들까지 전임교원 자격을 부여하거나, 아예 의대부속병원 없이 같은 재단 산하 의료법인 등과 협력병원을 체결한 뒤 학생 교육을 위탁하고 있는 병원이 20여개에 달한다.
여기에 소속된 전임교원만도 17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서울아산병원이나 삼성서울병원도 이같은 형태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다.
최근 교과부가 의대 부속병원이 아닌 E병원, S병원, G병원에 근무하는 전문의에 대해 전임교원 자격과 사학연금 대상 등을 불인정한 바 있어 이들 교수들도 원칙대로 한다면 교수 신분이 박탈될 수 있다.
이에 대해 A병원 관계자는 “이들의 교수 신분을 박탈하면 우수한 교원들을 유치할 수 없고, 결국 환자들에게 양질의 진료를 보장할 수 없게 된다”면서 "교육부와 병원계가 이들 교원들을 양성화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책을 찾아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교과부는 수용불가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교과부 관계자는 “교원은 원칙적으로 겸직이 금지돼 있지만 국립대병원설치법에 예외적으로 이를 허용하고 있고, 사립대병원 역시 이 규정을 준용하고 있다”고 환기시켰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의대 부속병원은 학생 교육을 목적으로 설립된 반면 협력병원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의료법인이나 사회복지법인은 이보다는 진료를 위해 설립된 것이어서 기능이 다르다”고 일축했다.
예를 들어 서울의대는 국립인 반면 서울대병원은 특수법인으로 분리돼 있지만 어디까지나 의대생들을 교육시킬 목적으로 설립된 것이어서 다른 의료법인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대학설립운영규정 개정을 검토하고 있지 않고”고 재확인했다.
다만 교과부가 E병원이나 S병원, G병원 이외의 다른 협력병원에 대해서도 당장 일괄적으로 전임교원 불인정 처분을 내릴지는 미지수다.
이 관계자는 “현재 E병원이 교과부 처분에 대해 항소한 상태여서 법원의 결정을 좀 더 지켜볼지, 아니면 전임교원 인정범위를 정해 동일한 처분을 내릴지는 결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