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임상 교수들이 시도때도 없이 찾아오는 영업사원들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자사 제품을 알리고 하나라도 더 처방하도록 하려는 노력을 가상하지만 연구에 방해가 될 뿐 아니라 사생활이 침해되는 등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Y의대 내과 K 교수는 "오전 내내 환자와 씨름하다 연구실에 돌아오면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제약회사 영업사원들의 방문에 짜증날 때가 많다"고 털어놨다.
그는 "경륜이 있는 영업사원들은 그나마 유용한 정보나 자료를 들고 오는 경우가 많아 좀 낫지만 신입사원들은 벌컥 문을 열고 들어와서 두서없이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나간다"고 했다.
산부인과 B 교수도 "영업사원들을 피해 외래진료실에서 자료를 보며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며 "우리 같은 사람들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이른바 잘나가는 교수 방에는 제약회사 영업사원들이 종일 진을 치고 있다"고 귀띔한다.
이 때문에 교수들은 연구실 문에 '비서실을 경유하시오' '사전에 약속된 경우가 아니면 절대로 노크하지 마시오' 등등의 메모를 써놓기도 한다.
C 교수는 아예 연구실 문에 장문의 경고성 편지를 써놓아 눈길을 끌었다. 그는 '제약사 영업사원들에게 부탁합니다'라는 글에서 "복도에서 말을 걸거나 불쑥 찾아와서 잠깐만 만나달라. 판촉물만 두고 가겠다 등의 요청은 나로서는 별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사유"라며 "지금은 만나고 싶지 않은데 계속 요청하는 것은 매우 무례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C교수는 그러면서 용건과 자료 등은 방문 앞에 달아놓은 메모박스를 이용해달라고 신신당부했다.
일부 교수들은 공정위 조사 등 사회적인 분위기를 의식해 영업사원들과의 접촉을 의식적으로 꺼리기도 한다. K대학 H 교수는 "예전엔 영업사원이 방문하면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문을 활짝 열어놓았는데, 요즘은 공정위 조사다 뭐다 해서 아예 방에 없는 것처럼 꾸미기 위해 노크를 해도 대꾸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현실에 대해 한 제약회사 영업사원은 "예전에는 교수님들을 만나기가 수월했지만 요즘은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며 "불쑥 들이닥치기보다는 사전 연락이나 약속을 잡아 방문하는 추세"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