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의 연구진이 폐암 등 암 세포가 인체에 전이되는 과정에서 어떻게 면역계를 교란시키며 이 과정에 어떤 인자가 관여하는지를 밝혀냈다.
이에 따라 암 환자들이 암 세포 절개나 제거 수술을 받은 뒤에도 재발되거나 전이되는 것을 최소화하는 치료 방안을 개발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건국대 생명과학부 김영준(사진) 교수와 미국 캘리포니아대 마이클 카린 교수, 김선화 박사팀은 폐암 세포가 전이될 때 체내 면역계의 신호를 가로채 면역계 신호가 암세포의 전이를 돕게 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 연구논문은 국제과학저널 ‘네이처’에 1일 게재했다.
지금까지 암 발생과 증폭 과정에 대해 많은 연구가 진행됐으나 암 전이과정은 매우 복잡한 단계들이 결합해 있어 자세한 메커니즘은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 연구에서 암세포가 만들어낸 단백질이 면역성 세포들을 활성화하고 활성화된 면역성 세포들이 암세포의 전이와 성장을 유도하는 과정을 제시했다.
연구결과 성숙한 폐암 세포는 '베르시칸(versican)'이라는 단백질을 분비하고 이 단백질이 면역성 세포인 대식세포(macrophage)와 염증 관련 신호전달물질인 '톨 유사 수용체 2(TLR2)' 등을 활성화해 골수에서 종양괴사인자-α(TNF-α)가 생성되도록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또 골수성 세포에서 생성되는 TNF-α는 암세포가 다른 조직으로 전이되는 것을 매개하며 그 과정이 TLR2의 신호전달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사실도 규명했다.
즉 폐암 세포 등에서 생성된 베르시칸이라는 단백질이 TLR2를 활성화해 TNF-α 등 염증 관련 인자가 만들어지게 함으로써 폐암 세포의 전이 및 증식을 증진시킨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암세포가 분비하는 골수성 세포 활성 인자인 베르시칸을 처음으로 분리, 정제해 확인했으며 관련 신호 전달 과정을 TNF-α와 TLR2 등의 유전자 기능을 없앤 녹아웃 쥐를 통해 실험으로 확인했다.
김영준 교수는 “이 연구는 암 전이과정이 TLR2의 신호전달에 의해 매개 된다는 사실과 베르시칸이 중요한 매개 인자라는 것을 처음으로 제시하고 베르시칸과 TLR2의 상호 작용을 통해 종양괴사인자 TNF-α의 생성을 증진하여 암 전이가 이루어짐을 최초로 밝혀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암환자 수술 후 재발 또는 전이가 발생하는 것을 최소화하는 치료방안을 제시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