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 개정, 남겨진 과제]
장장 2년여를 끌어왔던 의료법 개정작업이 지난 8일 국회 본회의 통과를 끝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이로써 의료법을 둘러싼 소동도 일단락됐지만 이 과정에서 불거졌던 수많은 논란들은 여전히 유효하다.
특히 영리법인 허용, 의료법인 부대사업 확대 등은 정부의 의료산업화 기조와 맞물려 수면 위로 재부상 할 공산이 크다.
복지부 자체 삭제 규정, 폐기 아닌 연기
앞서 정부는 지난 2007년 55년만에 의료법을 전면개정 하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혔지만 개정 의료법은 당초 정부안의 내용을 절반도 못담아냈다.
여기에는 국회의 철저한 심의도 물론 영향을 미쳤지만, 복지부가 시급한 법안을 일단 처리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핵심쟁점조항을 자체 삭제한 점이 큰 몫을 했다.
실제 복지부는 의료법 개정 논란이 거세지자 의료법을 전면개정하겠다는 계획을 수정해, 일부 조항만을 일단 손보는 것으로 방향을 돌렸고 이 과정에서 '의료민영화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영리법인 허용 등의 내용이 삭제됐다.
그러나 정부가 의료산업 육성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당초 정부가 내놨던 규제완화 방안 중 상당수가 조만간 다시 수면위로 부상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복지부가 국회에 개정안을 제출하면서 "전면개정 계획 중 시급한 현안을 먼저 처리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듯이 개정 의료법에 담기지 못한 내용들은 엄밀히 말하자면 폐기가 아니라 연기된 것으로 봐야한다는 주장이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이른바 의료산업화 조항 가운데 해외환자 유인·알선 허용규정만이 일단 시험대를 통과했지만, 이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봐야한다"면서 "해외환자 유치와 맞물려 의료법인 부대사업 확대 및 영리법인 허용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그는 "일반인 병원개설 허용 등 전문직 규제완화 방안도 또 다른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면서 "이와 더불어 대대적인 의료법 손질작업이 다시 시작될 수 있다"고 밝혔다.
복지부 또한 이 같은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일단은 의료법 개정에 따른 하위법령 정비작업을 추진할 예정"이라면서 "이후 전면개정시 논의됐던 내용들 가운데 정책적으로 재추진되어야 할 요소들이 있는지 검토한 뒤, 추가개정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시민단체 등 "신뢰회복이 먼저"
이 같은 상황속에서 의료계 대내외에서는 정부가 이번 의료법 개정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의료법 개정이 큰 논란이 되었던데는 정부의 독선적인 태도가 한 몫했다"면서 "정부는 의료법이 왜 공급자인 의료인과 수요자인 국민 모두에게 외면받을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다시한번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들 또한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정부의 태도변화를 촉구하고 있다.
경실련 관계자는 "정부는 이번 의료법 개정 실패의 원인을 향후 정책추진 과정에서 거울로 삼아야 한다"면서 "정부, 의료계, 국민간 신뢰회복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추가개정작업은 또 다른 폭풍을 몰고오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