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선거전이 반 주수호 구도로 굳어지는 가운데 후보간 짝짓기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어 주목된다.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협 회장 출마의사를 표명한 4~5명의 후보군이 지난주 비공식적인 상호 회동을 잇따라 갖고 세력규합을 위한 논의를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후보군은 주수호 집행부가 지닌 한계와 문제점에 공감대를 같이하고 있으나 상이한 사고를 지니고 있어 사실상 단일화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감이 제기되고 있다.
일례로, 가톨릭의대동창회 지지후보 선정 결과를 놓고 진통을 겪고 있는 경만호 전 서울시의사회장과 김세곤 전 의협 상근부회장의 대립각이 심화되는 모습이다.
김세곤 후보는 “몇 일전 경만호측으로부터 5명의 후보 단일화 논의에 대한 제안을 받았다”면서 “단일화라는 큰 틀에는 공감하나 비합리적인 선정방식으로 도출된 동창회 지지후보를 철회하면 수용할 수 있다는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번 제안의 심각한 문제는 자신을 중심으로 한 단일화를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하고 “결국 후보간 논의라고는 하나 경만호 후보를 위한 자리로 어떻게 이런 제안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이다.
경만호 후보측은 “김세곤측에 그런 제안을 한 적이 없다”고 전제하고 “다만, 주수호 회장을 바꿔야 한다는데 모든 후보가 동의한 만큼 여론조사를 통해 야권을 하나로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해 단일화의 필요성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
서로 다른 대학 출신 후보군도 얼마 전 만남을 갖고 단일화 논의를 벌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자리에는 김세곤 전 의협 수석부회장(가톨릭의대)과 유희탁 대의원회 의장(고려의대), 이원보 대의원회 감사(부산의대) 등 3명의 회장 후보군이 참석했다.
이들은 후보 단일화에는 공감하면서도 상호간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한 채 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고려의대 동문인 유희탁 의장과 문영목 서울시의사회장도 후보 단일화를 전제로 만남을 가졌으나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했다.
의협 회장 출마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문 회장은 오는 17일로 예정된 고려의대 교우회장 취임식에서 공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A후보는 “아직 단일화 제안을 받지 않았지만 제고의 가치가 없다”면서 “출마하기로 정했다는 것은 당선 가능성의 확률이나 현실을 감안했다는 의미로 단일화 논의는 후보자간 동상이몽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B후보는 “일부 후보에게 도와달라는 요청은 받았지만 신뢰가 전제돼야 단일화도 가능해 질 것”이라면서 “기회주의적이고 신뢰를 잃은 후보는 단일화가 되더라도 회원들이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며 단일화에 대한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출마를 공표한 후보군 모두가 ‘주수호 회장 반대’라는 공통분모를 지니고 있으나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식의 경직된 사고를 보이고 있어 싱거운 의협 선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