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치료 후 3차 병원 내과 외래에 진료받으러 갔는데 진료실에 세사람씩 들어가서 한 사람당 2~3분도 채 안되게 진료를 하더라. 그게 무슨 진료냐 관상보는 것이지. 게다가 진료실에 다른 사람들이 죽 늘어서서 기다리니까 묻고 싶은 것을 물어볼 수도 없었다"
"환자에게 설명의 의무가 있고 충분한 정보를 제공한 다음에 동의를 얻어야 하고 사생활을 보장해야 하고, 충분한 시간을 두고 진료해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의사가 어디 있나. 몰라서 못하는 것이 아니다. 설명하면 시간 길어지고, 시간 길어지면 환자수가 줄어드는데 어쩌겠나"
국가인권위원회가 17일 '의료기관 이용자 권리보호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인권위는 이를 위해 울산의대에 연구를 의뢰, 2008년 10월~11월 한달간 환자 및 의사단체 회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날 공개된 설문결과에서는 이용자 권리보호에 관한 의사와 환자들의 시각차를 확인할 수 있었다.
환자 10명 중 3명 "권리침해 경험"…설명 불충분 가장 많아
먼저 환자 및 일반인 대상 설문에서는 응답자의 18~48%가 의료 이용자의 권리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환자가 진료를 요구했을 때 의료인이 이를 정당한 사유없이 거부할 수 없도록 하고 있는 '진료받을 권리'를 모르는 응답자가 전체의 48.8%로 가장 많았으며 설명받을 권리를 몰랐다는 응답자도 32%나 됐다.
이 밖에 비밀보장권과 사생활보장권, 정보열람권, 의료행위동의권 등도 각 항목별로 18~27.7% 가량이 몰랐다고 답했다.
이어 위에서 언급한 의료기관 이용자 권리 중 어느 하나라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거나 침해받은 경험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38.5%가 그렇다고 답했다.
사유별(복수응답)로는 진료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는 답이 전체의 82%로 가장 많았으며 진료과정에서 인격과 사생활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았다 35.3%, 동의 없이 의료행위가 이루어졌다 33.6% 순으로 집계됐다.
한편, 의료기관 이용자 권리보장을 위한 가장 시급한 대책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서는 '법 제도적 의료기관 이용자 권리 확대'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서는 의료인 1인이 담당하는 환자수 축소를 위한 법제도 개선, 의료기관 이용자 권리 침해 기관에 대한 처벌강화 등이 다수의 지지를 얻었다.
의사 "이용자 권리 알지만, 실제 적용 어려워"
반면 의사들을 상대로 한 설문결과에서는 상당수 응답자들이 이용자의 권리를 숙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응답자의 87.8~100%가 환자권리에 대해 알고 있다고 답한 것.
다만 응답자의 상당수는 앞서 언급한 이용자의 권리 중 현재 한국의 현실을 고려할 때 보장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모든 진료 행위에 대한 환자의 사전동의, 진료 행위에 대한 자세한 설명, 환자의 진료기록 열람 및 사본 교부권 보장 순으로 권리보장이 어렵다는 답이 많았다.
아울러 의료기관 이용자 권리보장을 위한 과제를 묻는 항목에서도 환자 또는 일반인과 상당한 시각차를 보였다.
1순위 과제로 '법제도적 의료기관 이용자 권리 확대'를 꼽은 것을 동일했으나 후순위 답변으로 행정기관 지도·감독 체계 개선,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의료기관 이용자 교육 및 의식개선 활동 등이 높은 지지를 받았다.
이에 대해 연구를 수행한 울산의대 조홍준 교수는 "환자와 의사집단의 응답결과를 비교했을 때, 의료기관 이용자 권리 보장을 위한 개선 방안 우선순위에 대한 생각에 적지 않은 차이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면서 "이용자 권리보호를 위해서는 향후 체계의 보완 및 구축, 사회적 여건 조성 등의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