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강덕현 교수와 흉부외과 이재원 교수가 심장판막 질환의 새로운 치료지침을 내놓으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이 같은 연구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심장내과와 흉부외과 의료진들이 진료과에 얽매이지 않고 상호 신뢰해 온 결과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어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는 평가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강덕현 교수와 흉부외과 이재원 교수는 17일자로 발간된 세계 심장학계 최고 권위의 저널인 ‘서큐레이션(Circulation)’에 심장판막 치료의 새로운 지침을 제시했다.
지금까지 세계 심장학계는 비록 심한 승모판 폐쇄 부전증 환자라 하더라도 증상이 없다면 수술을 하지 않고 관찰하는 것을 치료 지침으로 삼았다.
그러나 강 교수팀은 승모판막의 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아 좌심실에서 피가 역류하는 심한 승모판 폐쇄 부전증 환자는 자신이 증상을 느끼지 못한다 하더라도 승모판막 재건이 가능하다면 조기수술을 하는 게 타당하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강덕현 교수팀이 서울아산병원에서 1996년부터 2005년까지 10년간 승모판 폐쇄 부전증으로 치료 받은 환자 447명을 추적 관찰한 결과 조기수술을 받은 환자 161명 가운데 수술 후 단 한명도 사망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반면 기존 치료지침대로 수술을 하지 않고 관찰 및 증상 치료만 받은 286명의 환자 가운데 15%인 43명은 응급 수술을 받았거나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같은 연구결과를 발표하자 ‘서큐레이션’ 편집자로 참여하고 있는 세계적인 심장 분야 석학들이 새로운 치료 지침을 적극 수용하고 있으며, 매우 이례적으로 저널 논평을 통해 강 교수팀의 치료 결과를 적극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미국과 일본, 유럽 지역의 심장수술 대가들이 강 교수에게 승모판 수술 시기를 묻는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강덕현 교수팀이 이런 연구 결과를 발표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은 진료과 중심으로 이뤄지다보니 과간 갈등과 영역 다툼 등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이다.
하지만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와 흉부외과는 오래 전부터 진료과 이기주의에서 과감하게 탈피해 협력 시스템을 정착시켜왔다.
강 교수는 “심장병환자 가운데 판막 초음파 결과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에는 이재원 교수에게 적극 보내고, 이 교수 역시 수술이 필요하면 심장내과의 자문을 거친다”면서 “서로의 판단과 의견을 존중하고, 진료과가 다르더라도 신뢰가 깔려있다”고 강조했다.
심장내과와 흉부외과가 서로를 믿지 못한다면 환자를 보내거나, 새로운 치료방법을 협의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와 흉부외과는 매주 한차례 수술환자 컨퍼런스도 갖고 있다.
강 교수는 “상대 진료과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이런 시도가 가능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