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6대 의협회장 선거전이 본격돌입하면서 후보들의 행보도 바빠졌다. 후보는 모두 5명.(전기엽, 경만호, 주수호, 김세곤, 유희탁) 이들은 한표라도 더 얻기 위해 전국의 의원과 병원을 오가며 얼굴알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메디칼타임즈는 독자들의 판단에 도움을 주기 위해 후보와 동행취재를 통해 선거운동 현장에서 느끼는 후보들과 의사들의 생생한 모습을 진솔하게 전달하기로 했다. -편집자 주-
[의협회장 후보 동행취재①] - 기호 1번 전기엽 후보
25일 전기엽 후보(53, 전북의대 81년졸)의 선거운동은 이대목동병원에서 시작됐다.
저녁 식사시간에 맞춰 단정한 모습으로 교직원 식당앞에 서있던 그는 한손에 자신의 선거홍보물이 담긴 서류가방을 든채 기자를 반갑게 맞았다.
전기엽 후보는 “솔직히 보여드릴 것도 없는데 동행취재를 하신다니 좀 부담되네요. 나중에 기사를 어떻게 쓰실지 고민되실텐데..”라며 외로운 도전을 자청한 자신의 입장을 피력했다.
전 후보는 ‘국민의료 및 의사 삶의 질 향상’을 슬로건으로 △대국민 상담과 국회의원 후원의 밤 및 town hall meeting 양성화 △선의의 은행 키우기 △국제적인 의사 인재양성 △미국 워싱턴과 볼티모어에 병원, 신문사, 방송국을 망라한 KMA센터 설립 △일일 8시간 32명 진료로 1290만원 순이익 유지 등을 주요 공약으로 하고 있다.
의협 후보 중 가장 먼저 등록한 그는 “등록한 날(16일)부터 선거운동을 시작했으니까 열흘 정도 지났다”면서 “기탁금 1000만원에는 미련이 없으나 당선이 안될 것이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한적 없다”며 병동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병동에서 의사 3명 만나기도 쉽지 않다“
늦은 시간이라도 병동은 회진 중인 교수와 주치의인 전공의들이 항상 대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병원 공략에서 놓칠 수 없는 포인트이다.
하지만 선거운동이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다.
명색이 의협회장 후보임에도 불구하고 회진과 컨퍼런스 그리고 논문준비 등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교수진과 전공의를 붙잡기는 사실상 불가능(?)해 보였다.
이미 6~7곳의 대학병원에서 선전운동을 경험한 전 후보는 “한 병동에서 3명의 의사에게 이름을 알리고 선거물을 준다면 성공한 것”이라고 말하고 “많은 이를 만난다는 욕심을 버리고 한 명을 만나더라도 전기엽이라는 존재감을 알릴 수 있다면 만족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선거운동은 “안녕하십니까, 의협 회장에 출마한 전기엽이라고 합니다. 선거를 하시면 기호 1번을 뽑아주세요”라는 짧막한 말과 함께 홍보물을 건네는 감사인사로 마무리된다.
전기엽 후보는 “누구나 전공의 시절이 있어 알지만 길게 말할 수도 없고, 잡고 있을 수도 없다”면서 “때로는 뿌리치는 지나가는 후배 의사들이 야속하지만 한편으로는 멋있다고 생각한다”며 힘겨운 전공의 과정을 견디고 있는 후배들의 모습을 격려했다.
교수와 전공의들도 의협회장 후보의 방문이 낯설기는 마찬가지이다.
당직실에서 늦은 저녁을 도시락으로 대신하던 10명의 전공의들은 갑작스런 전기엽 후보의 방문에 어리둥절한 모습이었으나 의협 회장 후보라는 말에 안도하는 분위기였다.
의협 회장 선거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대부분의 전공의들은 “의협회장 선거요, 언제 하는지 누가 나온지도 모르겠다”며 수련의들과 의사협회의 괴리감을 반영했다.
"가장 든든한 후원자는 아내와 자녀“
전 후보는 7층에 만난 실습중인 의대생에게도 선거유인물을 전달했다.
그는 “아직 의사는 아니나 앞으로 의료계를 이끌어갈 후배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며 “저수가와 기피과 문제 등 의료계의 암울한 소식을 접하는 의대생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모두가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언급했다.
전 후보와 만난 전공의들은 답답한 의료현실을 토로하면서 새로운 의협 수장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도 전달했다.
외과 여자 전공의는 “누가 후보로 나왔는지는 모르나 무엇보다 수가와 건보 문제를 해결해 줬으면 한다”고 당부했으며, 정형외과 전공의도 “의사의 권익을 대변하고 다른 집단에도 제대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한다”며 소신과 능력있는 리더을 원하는 공통된 생각을 피력했다.
12층부터 4층까지 쉬지 않고 홍보 행군을 지속한 전기엽 후보는 “수고한다, 건승하라는 따뜻한 격려를 들을때마다 힘을 얻는다”면서 “사람을 만나는 것이 큰 힘이라는 점에서 이들을 위해 봉사해야 한다”고 말해 선거운동 과정 중 터득한 삶의 지혜를 귀뜸했다.
그는 끝으로 “혼자서 선거운동 한다고 걱정하고 염려해주는 의사들도 있지만 가장 든든한 후원자는 아내와 자녀들”이라면서 “이번 선거에서 부끄럽지 않은, 결과보다 과정을 충실히하는 후보가 되겠다”며 2시간여 동안 숨가쁜 병동 선거전을 마친 소감과 각오를 피력했다.
전기엽 후보는 주말 동안 천안 순천향대병원과 부산대병원 등 본격적인 지방행보를 가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