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는 열심히 진료하고 환자 상태가 좋아지는 걸 낙으로 사는데 그게 전부가 아닌 세상이다”
성모병원 조혈모세포이식센터 조석구 교수의 말이다.
그는 성모병원 임의비급여사건과 관련, 지난달 28일 두번째로 서울행정법원 법정에서 백혈병 질환의 특성과 치료과정, 불가피한 의학적 비급여 사례 등을 판사들에게 설명했다.
2일 메디칼타임즈 기자와 만난 조 교수는 매우 피곤한 모습이었다.
그는 “처음 법정에 섰을 때는 긴장을 많이 했는데 이번에는 우울하고 답답했다”면서 “그동안 열심히 진료하고 환자 상태가 좋아지는 걸 낙으로 알고 살아왔는데 그게 전부가 아닌 세상이 됐다”고 토로했다.
이어 조석구 교수는 “누구나 고통 없이 좋은 치료를 받아 병을 고치는 게 중요하고, 모든 생명은 소중한 것”이라면서 “그런데 제도적으로 이런 치료를 막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못 박았다.
건강보험의 틀을 유지하기 위해 의학적으로 불가피한 비급여 진료를 막는 게 답답하다는 것이다.
그는 “복지부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국민 모두가 골고루 보험혜택을 받도록 하기 위해 건강보험의 틀을 유지해야 한다고 하지만 한정된 재정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것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다”면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환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저수가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환자들은 전세계 어느 나라보다 양질의 진료를 받고 있다”며 “하지만 정부는 의학적 비급여를 개선할 방안을 마련하기보다 169억원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해 여론을 무마하고 생생만 내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성모병원과 의료진들이 이익을 남기기 위해 그간 임의비급여를 해 왔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조 교수는 “고도화된 진료를 하는 대학병원에서 불가피한 행해지는 임의비급여와 일반적인 부당청구를 동일시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부당청구했다는 항목이 대부분 치료재료, 의약품인데 실거래가상환제에서 병원에 남는 게 없는데 왜 그렇게 하겠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의료계에 대해서도 섭섭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의료계 역시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놓고 빨리 닫기만 기다릴 뿐 외면하는 것 같아 정말 섭섭하고 답답하다”면서 “이젠 다를 괴롭고 힘든 기억을 잊고 싶어하고, 성모병원사태도 잊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그는 “백혈병은 묘한 병이다. 잘되면 완치가 되지만 순간의 위기를 넘기지 못하면 사망에 이르기 때문에 환자도, 의사도 절박하게 매달릴 수밖에 없다”며 “사전심사를 거쳐 허가사항 초과 약제를 사용할 수 있는 길을 보장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허울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환자가 정말 위급해 의학적 임의비급여를 할 수 밖에 없으면 마음속으로 민원 내도 하는 수 없다고 마음 먹고 병원 보험과에도 그렇게 얘기한다”면서 “이게 임의비급여사태 이후 의사들이 달라진 점”이라고 피력했다.
그만큼 환자들이 비급여 처방에 동의해 놓고, 나중에 진료비확인 민원을 내 진료비를 환급받는 사례가 허다하면서 적잖은 마음의 상처를 입었기 때문이다.
조석구 교수는 “성모병원이 나쁜 짓을 한 것도, 영리 목적으로 임의비급여를 한 것도 아니다”면서 “복지부는 지금이라도 과징금 처분을 취소하고 의사와 환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