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계가 힘겨운 춘계학회 시즌을 맞을 전망이다. 제약사들이 경제난과 매출감소, 그리고 리베이트 단속 강화를 이유로 학술대회 지원을 줄이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내분비학회 임승길 이사장은 "올 춘계학회 준비를 하면서 런천심포지엄 지원 제약사를 모집하려는데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아 걱정"이라며 "과거에는 서로 지원하려고 경쟁을 벌이기도 했는데 지금은 분위기가 확실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학회는 관련된 회사들이 많아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관련 제약사가 적은 학회나 기초학회 쪽은 더욱 어려움을 겪을 것 같다"고 우려했다.
춘계학술대회 대신 관련학회들과 함께 종합학술대회를 열고 있는 감염학회 김양수 학술이사는 "부스 신청이 많이 줄었다. 학회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과거에 적게나마 부스를 유치했던 연수강좌의 경우는 아예 부스를 하나도 유치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비뇨기과학회 관계자도 "춘·추계 학술대회를 묶어 1년에 한 번 개최하기로 결정하고 나니 재정에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더욱이 갑자기 경기가 나빠지면서 그나마 들어오던 후원금도 크게 줄어든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다들 힘든 상황이니 힘들더라도 우선 요령껏 학회를 꾸려나갈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제약사들도 학회 지원을 줄이거나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한 다국적제약사 관계자는 "정부의 약제비 절감 정책으로 매출이 크게 감소해 학회지원금을 비롯해 마케팅 비용을 대폭 줄였다"며 "회사가 어려운 만큼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국내제약사 관계자는 "학회 지원에 대한 감시가 강화된데 따라 가급적 정부가 허용하는 기준에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이런 분위기를 핑계 삼아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내키지 않는 지원을 피하려는 회사도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런 상황이 갈수록 뚜렷해질 것으로 보여 소규모 학회는 돈 가뭄이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