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의원도 브랜드가 대세다.
과거 '김아무개 의원'이 넘쳐나던 시대는 지나간지 오래다. 최근 들어 보다 신선하고 친근감을 줄 수 있는 명칭을 짓고 또 이를 유지, 관리하는데 집중하는 의료기관들이 늘고있다.
특히 얼마 전 대법원이 예(Ye)치과, 예(Ye)병원에 대한 명칭 소유권 관련 소송에서 예네트워크 측에 손을 들어줌에 따라 의료기관들의 브랜드화가 더욱 빠르게 자리잡을 전망이다.
의료기관 브랜드화 이미 시작됐다
병·의원들의 브랜드화 작업은 일부 네트워크병·의원들의 주도로 이미 시작됐다. 이들 대부분은 네트워크로 확장하는 과정에서 상표권 등록을 마쳤다.
상표권을 등록과정에서 상표권 등록비용 및 변리사 수수료까지 합치면 많게는 100만원까지 소요되지만 다수의 의료기관들이 자신의 명칭을 보호하기 위해 이 정도의 금액에 대한 지불의사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고운세상' '이지함' '차앤박' 등 네트워크의원들은 상표권 등록 이후 지점을 확대하고 동일 브랜드로 화장품을 출시, 의료시장 뿐만 아니라 화장품업계까지 해당 명칭을 확실히 구축해 나가고 있다.
또한 해당 의료기관의 CI를 제작해 병원에서 사용하는 종이컵, 티슈, 슬리퍼는 물론이고 심지어 화장실 내부에 있는 휴지커버, 화장실 변기 뚜껑에도 박아둠으로써 환자들이 무의식중에도 머릿속에 브랜드로 자리잡도록 하고 있다.
이는 내과, 이비인후과 등 급여과목 개원가에까지 확산되고 있다.
내과에서는 검진센터를 중심으로 한 속편한내과가 전국으로 지점을 확대하면서 브랜드이미지 굳히기에 성공했고 이비인후과에서도 소리케어 이비인후과, 하나이비인후과 등이 브랜드화를 모색하고 있다.
예치과 관계자는 "최근 신규고객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 결과 절반이상이 '예'라는 브랜드를 보고 찾아왔다는 답변을 받았다"면서 "그만큼 이제 환자들도 의료기관을 선택할 때 해당 병원의 브랜드화된 이미지를 본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얼마전부터 CI를 활용해 다이아몬드가 박힌 귀걸이, 목걸이를 제작해 의료기관 내 전시함으로써 고급화 이미지를 환자들의 머릿속에 남기고 있다"며 "이같은 작업이 예치과의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한 듯하다"고 덧붙였다.
의료기관 브랜드 전쟁 머지 않았다
브랜드에 대한 가치를 인지하기 시작하면서 명칭을 둘러싼 병·의권간 갈등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비단 예치과만이 아니더라도 개원의들 간에 브랜드를 소유하기 위해 법적대응을 불사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D안과는 해당 명칭 때문에 법적 소송까지 진행 중에 있다. 해당 브랜드에 대해 이미 상표권 등록을 한 D성형외과가 몇년 전 구두상으로 명칭사용을 허용했다가 갑자기 소송을 진행하자 결국 D안과 측도 맞소송한 것이다.
앞서 D안과는 해당 브랜드를 높은 가격에 팔 것을 제안했지만 D성형외과 측은 이를 거절했다. 당장 돈을 받고 파는 것보다 해당 브랜드에 대한 가치가 높다고 판단한 까닭이다.
한 네트워크 관계자는 "이제 의료기관도 브랜드의 가치를 알고 상표권 등록을 하고 브랜드를 구축하고자 하는 다양한 작업을 하고 있다"면서 "이와 관련된 법적분쟁은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