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심평원이 의료기관의 항생제 처방경향을 발표하면서 감기환자에 대한 항생제 과다 처방을 둘러싼 논쟁이 치열하게 일고 있다.
미디어 다음 ‘아고라’에는 몇 일 동안 감기환자에게 항생제를 처방하는 게 적절하냐를 두고 뜨거운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자신이 내과 전문의라고 소개한 ‘캐논슈터’란 네티즌은 “공중보건의사로서 민간병원에서 1년 정도 근무했었는데 외래환자의 90% 이상이 감기, 급성위장관염”이라면서 “나는 감기에 항상제 처방을 거의 안한다”고 강조했다.
대학병원 전공의 시절 내성균으로 인해 고생하는 환자들을 너무 많이 봤고, 대학병원의 경우 비교적 내성 빈도가 적은 고단위 항생제를 쓰려면 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감염내과 교수의 승인을 받아야 했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감염내과 승인이 필요 없는 항생제를 사용할 때에도 왜 쓰는지 철저하게 근거를 대고 설명해야 했기 때문에 사용 여부를 결정하는 게 힘든 일이었다”면서 “쓰지 않아도 될 때에는 별일이 없다는 걸 경험적으로 느끼게 되면서 항생제 남용을 줄일 수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부 의사들은 혹시 항생제를 처방하지 않았다가 문제가 되면 환자가 탓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과 약이 잘 안 듣는다는 평가를 받으면 환자가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감기에 항생제를 쓰지 말자고 하는 건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오히려 내성균만 만들 위험이 많기 때문”이라면서 “일반인들이 오해하듯이 항생제가 무슨 독을 먹이는 것이거나 독한 약을 함부로 쓴다는 개념과는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그는 “1차진료 의사들에게 감기는 저수가의 열악한 의료환경에서 먹고 살아야하는 주요한 생계수단일 수도 있다”면서 “감기 같은 거 보지 않아도 상관없는 미국, 유럽의 의사들과 달리 경쟁에서 살아남아야하는 환경을 만들어 놓고 잘못되면 의사 윤리만 탓하고 규제만 하려는 정부, 언론도 문제”라고 질타했다.
지난 24일 심평원이 발표한 ‘2008년 3분기 약제급여적정성 평가결과’에 따르면 국내 의료기관의 급성상기도감염에 대한 항생제 처방률은 전 분기에 비해 0.4%p 가량 줄어든 56.6%로 조사됐다.
이는 네델란드 16%, 말레이시아 26%, 미국 47% 등 여타 국가들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게 심평원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한 네티즌은 “의사들이 항생제를 처방하는 것은 항생제가 감기치료에 도움이 된다기보다 보험료 청구와 제약사 리베이트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냐”고 꼬집었다.
또 다른 네티즌은 “경쟁에서 살아남아야하는 것은 의사만의 문제가 아니다”면서 “항생제 문제가 불거진 것은 부작용으로 인한 일반인들의 피해가 심각하지만 어느 누구에게도 보상받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의사들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은 아니지만 항생제의 위험성을 환자에게 고지해주지 않은 채 처방하는 의사들도 문제가 있다”면서 “제도적 개선을 위해, 국민 건강 의식의 개선을 위해 의사들이 앞장 서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