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도 부천에서 의사가 환자의 칼에 맞아 사망하는 일이 또 다시 발생하자 개원의들은 "이대로는 안된다. 이번 기회에 대책을 마련하자"는 분위기가 일고 있다.
앞서 충남대병원 비뇨기과 교수의 피살사건이 일어난 지 불과 6개월이 채 지나기도 전에 이 같은 일이 발생하자 의사들 사이에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무서워서 진료하겠나…의사들 씁쓸"
1일 개원가에 따르면 의사들이 진료에 불만을 품은 환자의 폭력에 중태에 빠지거나 심지어 사망에 이르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자 개원의들은 '설마 나도?'라는 생각에 진료시 위축감을 느끼고 있다.
한 개원의는 "앞으로 환자가 조금만 이상한 행동을 해도 무의식적으로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게 될 것 같다"며 "결국 의사와 환자 라포르는 점점 더 무너질 수 밖에 없어 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대한비뇨기과개원의협의회 진길남 회장은 "불안해서 진료나 제대로 볼 수 있겠느냐"면서 "몸에 방탄조끼라도 입고 진료해야겠다는 얘기도 나올 정도"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의술은 기계가 아닌 사람이 하는 일이고 치료 효과도 주관적인 평가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환자에 따라 만족도는 다를 수 있고 의사가 100%로 환자의 기대치를 맞추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개원내과의사회 김일중 회장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 발생했다"며 "피살사건은 단순한 폭행이나 실랑이와 다른 것인데 씁쓸하다"고 했다.
"법적 처벌 강화하고 대국민홍보 필요해"
의료계 내부의 불안감은 생각보다 심각하며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대응책 마련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지난 해 충남대병원 교수 피살 사건 직 후 비뇨기과학회는 즉각 대책마련에 나섰다가 "개인적인 원한에 의한 사고를 학회차원에서 어떻게 처리할 수 있겠느냐"는 입장으로 마무리했지만 최근 비슷한 사례의 사건이 잇따르면서 비뇨기과개원의협의회 등 의사단체들은 적극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강하게 일고 있다.
현재 의료계 내부에서 가장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는 대안은 대국민홍보를 통한 인식개선과 형사처벌 강화, 경호서비스 확대 등이다.
진 회장은 "대한개원의협의회, 서울시의사회 등 관련단체들과 이번 사건의 대책마련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며 공론화를 통한 대국민 홍보를 강조했다.
성형외과개원의협의회 황영중 회장은 형사처벌 강화를 주장했다.
일반인을 폭행한 것과 경찰을 폭행했을 때의 처벌기준이 다르 듯 환자를 치료해야할 의사를 폭행했을 때 또한 기준이 달라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게 그의 설명이다.
또한 산부인과의사회 고광덕 회장은 의사보험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실제로 의료사고 가능성이 높고 환자와의 마찰이 잦은 산부인과들이 의사보험을 통해 분쟁이 많이 줄었다고 전했다.
그는 "별도의 비용을 지불하면서 의사배상보험 특약으로 경호서비스를 하는 의사들이 늘고 있다"며 "강력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