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원장이 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원외처방약제비 환수액 반환소송의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사건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나서 향후 판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서울고등법원 민사10부(부장판사 박철)는 1일 원고인 이원석 원장과 피고인 건강보험공단 대리인이 출석한 가운데 원외처방약제비 환수액 반환소송 항소심 심리에 들어갔다.
공단은 지난해 8월 서울행정법원이 원고의 진료비에서 상계처리한 원외처방약제비 환수액을 반환해 주라고 판결하자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항소심의 핵심 쟁점은 의료기관이 요양급여기준을 위반한 처방전을 발급했다면, 공단이 이를 부당이득으로 간주해 건강보험법 52조에 따라 진료비에서 상계처리할 수 있는지 여부다.
당초 재판부는 이날 원고와 피고의 구술변론을 들은 후 빠르면 이달 말 판결을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재판부는 공단측에 대해 “국가가 정한 고시가 합리적이라는 의학적 정보를 제공해 달라”면서 “법원으로서는 의학적 전문지식이 없는 상황이어서 판단하기 어렵다”고 요청했다.
이어 재판부는 “약 처방의 의학적 필요성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있는 정도라면 공단측이 유리할 것”이라면서 “그러나 해당 약을 처방하지 않으면 안되는데 전문가가 보기에 요양급여기준이 말도 안되는 수준이라면 원고인 의료기관이 유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례로 ‘알레그라’를 보험급여범위를 벗어나 후각소실증 환자에게 투여했다면 보험이 되는 대체약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 원고, 피고가 각각 입증해 보라는 것이다.
재판부가 “의사는 원칙적으로 고시, 약제 기준에 따라야 하는데 이러한 고시나 기준이 현저히 불합리해 특정 환자에게 대체약이 없거나, 있다 하더라도 부작용이 심하다면 예외적으로 의학계가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공단에 대해서는 약제의 급여기준이 합리적이라는 점을 입증하고,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급여기준 범위를 벗어나 처방할 수밖에 없었던 불가피성을 입증하라는 주문이다.
재판부는 내달 변론기일에서 이원석 원장 사건에서 문제가 된 모든 처방별로 원고와 피고가 각각 견해를 표명해 줄 것을 요구하고, 그 결과에 따라 판결을 내리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는 재판부가 공단의 진료비 환수행위가 적법한지 여부와 함께 복지부 고시나 요양급여기준이 각 처방별로 합리적인지 여부를 따져 판단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이지만 원고, 피고 중 어느 쪽에 유리하게 작용할지 단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