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일 근무제 시행을 앞두고 주요 대학병원들이 예상되는 수익감소의 보전책의 하나로 야간과 휴일동안 응급의료센터에서의 외래진료에 주목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올해 주5일제 적용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병원은 직원수 1천명 이상 대형병원 40여 곳에 달한다.
이들 대형병원들은 진료시간 단축과 인력증대에 따른 비용증대라는 난관을 헤쳐나가기 위해 벌써부터 토요일의 외래진료수요를 평일로 전환하는 등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그러나 외래수요를 인위적으로 평일로 이동시키는 데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대형병원들은 이들 환자들을 억지로 옮기기보다는 응급의료센터로 흡수하는 방안을 유력한 대안의 하나로 모색하고 있다.
다시 말해 의원들이 경영개선을 위해 야간진료나 주말진료를 하듯이 응급의료센터의 시설을 보강확충해서 야간과 휴일의 외래환자 진료에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29일 대대적인 확장을 통해 새롭게 태어난 서울대병원의 응급의료센터가 대형병원들의 이같은 노력의 대표적인 사례다.
서울대병원 응급의료센터는 4층의 규모에 자체병상수만 104병상에 대수술실, 초음파실, 심에코실, 진단방사선실, 내시경실 등 종합적인 진료시스템을 구비하고 있다.
즉 응급센터 하나만으로도 독립된 의료기관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어, 주말이나 휴일에 일반 비응급 외래환자를 진료하는 데도 전혀 손색이 없다.
실제로 지난 26일 강북 병원의 응급의료센터를 대폭 확장한 바 있는 삼성의료원은 이미 휴일 등에 병원을 찾는 비응급 외래환자들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진료에 나서고 있다.
삼성의료원 관계자는 "특별히 응급센터의 시설이나 인력이 부족하지 않는한 일반 외래환자의 진료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면서 "이미 야간과 휴일에 일반 외래환자들도 상당수 진료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있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 역시 진료비만 제대로 받으면 일반 외래환자를 진료하는 것이 법적으로는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공공보건정책과 관계자는 "대학병원이 휴일에 진료를 해서 오히려 국민들의 편익이 증진되는데 이를 금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법적으로 제약이 없다고 해도 병원의 입장에서는 당장 주말 외래환자들을 응급센터에서 흡수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것은 바로 수가체제다.
일반 외래환자, 즉 비응급환자가 응급센터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3만원 정도 하는 응급관리료를 지불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에 환자들을 유치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고대 의료원 관계자는 "주5일제를 대비해서 응급센터가 외래진료를 받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지만, 현재로서 응급관리료를 받지 않으면 불법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 부분은 정책적인 보완이 없이는 사실 어려움이 따른다"고 말했다.
병원계 일각에서는 주5일제를 앞두고 토요일에 대한 휴일가산료를 인정하는 것은 물론이고, 응급실에서 일반 외래환자를 보았을 때 응급관리료를 받지 않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대형병원들의 주장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수익보전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야간 및 휴일진료에 나서는 의원들의 경영을 위협할 것이라는 개원가의 볼멘 소리는 둘째 치고라도, 공익적인 측면에서 경계할 부분이 크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응급센터의 본래 기능과 어긋나는 것은 물론이고, 응급센터로 비응급환자가 몰릴 경우 응급진료의 질적 저하가 우려된다는 것이 그것이다.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용익 교수는 "주 5일제가 시행될 경우 휴일과 야간에 응급의료실로 환자가 몰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이 경우 비응급환자의 응급실 이용을 줄여야만 응급진료의 질적 효율성을 달성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 교수는 "응급실 이용의 본인부담금을 높여서 비응급환자가 응급의료센터보다는 보건소 등의 야간진료센터를 이용하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어쨌든 주 5일제가 시행된 이후 대형병원들의 응급센터에 대한 의존도가 확대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변화라는 점에서, 의약분업 이후 탄생한 응급관리료라는 비정상적인 진료비 형태보다는 보다 합리적인 수가체제가 마련되야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