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업계가 리베이트 근절을 선언하고 복지부가 쌍벌죄를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대외에 선포하면서 병원계를 중심으로 현행 의약품 실거래가 상환제를 고시가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등 대국민 보고대회 파장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병원계는 "어찌 보면 복지부가 리베이트를 조장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복지부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현행 실거래가 상환제는 의약품 실거래가를 신고한 대로 상환해주는 방식으로, 병원이 약을 싸게 사도 병원이 얻는 이익은 없는 구조다. 따라서 대부분 약값을 상한액으로 거래했다고 신고하고 그 차액을 리베이트로 활용하는 온상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병원계 한 관계자는 "약가제도를 실거래가 상환제로 바꾸면서 제약회사들이 가격경쟁을 할 이유를 잃어버렸다"며 "가격경쟁을 할 이유가 없으니 리베이트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복지부 공무원들을 만나보면 현행 실거래가 상환제가 잘못된 제도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도 제도는 개선되지 않는다"며 "정작 처벌받아야 할 대상은 제약사도 의·약사도 아닌 나태한 복지부 공무원들"이라고 말했다.
실거래가 제도로 전환되면 대학병원의 불법 리베이트만큼은 확실하게 차단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경쟁 입찰 방식인 국립대병원의 경우 치열한 눈치보기 작전이 펼쳐진다"며 "고시가제도로 전환돼 경쟁 입찰이 확산된다면 약제비 절감도 되고 리베이트도 해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병원계는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실거래가 상환제에 대해 시장 경쟁이 작동하지 못할 뿐 아니라 오리지널 약 사용 증가로 국내 제약 산업 위축을 초래할 것이라며 고시가제도로의 전환을 요구해 왔다.
개원가도 고시가제 전환에 찬성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개원의는 "고시가제도로 전환하면 병·의원에 리베이트로 제공할 차액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복지부는 제약회사들의 반발을 의식해 제도를 고칠 생각은 않는다"며 의사만 닦달하는 복지부 처사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