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의 몸집불리기와 환자쏠림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의료전달체계 곳곳에서 파열음이 터져나오고 있다.
의원과 지방중소병원의 환자이탈은 이미 오래된 얘기. 최근에는 소위 상위그룹으로 손꼽혔던 수도권 대형병원들에서도 환자이동현상이 관찰되는 등 전달체계의 붕괴가 더욱 심화되는 조짐이다.
서울의대 이진석 교수는 7일 곽정숙 의원실 주최로 열린 '건강보험보장성 확대 및 의료안전망 강화를 위한 토론회'에서 "대형병원으로의 환자쏠림이 가속화되면서, 병원내 계층화·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지방환자의 수도권 원정진료현상이 수치로 나타날 정도로 구체화되면서 의료기관 병상 신·증설 경향도 달라지고 있다.
종합병원 이상 의료기관의 병상 신·증설은 주로 수도권 지역에 집중되는데 반해, 병원급 의료기관은 비수도권 지역에 집중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
실제 2001년~2007년 사이에 증가한 병상수를 분석한 결과,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서 신·증설된 병상의 52.4%가 수도권 지역에 집중된데 반해 병원급 이하 의료기관 병상 증가분의 70%는 비수도권 지역에 집중된 것으로 집계됐다.
아울러 종합병원 이상 의료기관의 외래수입과 외래환자 내원일수 비중도 지속적으로 증가, 외래환자가 동네 병의원에서 대형병원으로 이동하는 양상을 보였다.
더욱이 최근에는 수도권 대형병원간에도 양극화가 심회되고 있는 추세. 일례도 수도권 대형병원 위암환자의 수술량을 비교해본 결과 소위 빅4병원으로의 환자쏠림 현상이 확연했다.
이와 관련 이진석 교수는 "소위 빅4 혹은 빅5 병원을 제외하고는 내놓으라하는 수도권 대형병원들조차 동네병원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해있다"면서 "병원들의 경영악화는 이를 타개하기 위한 진료왜곡 현상, 궁극적으로 국민부담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행위별 수가제와 비급여가 대형병원의 이 같은 양적 팽창을 뒷받침하고 있고, 또 의료전달체계의 붕괴가 건강보험의 낭비성을 심화시키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면서 이른바 '획기적인' 보건의료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강보험료 인상을 통해 '적정부담-적정수가-적정진료'로 이어지는 선순환고리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
그는 "다만 이 과정에서 일방이 일시에 전부를 얻기를 고집하면 사회적 대화는 불가능하다"면서 "우선 국민과 환자, 의료계와 정부, 보험자로 구성되는 사회적 대화기구를 만들어 보건의료개혁의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