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에 대한 의약품 저가낙찰 관행이 제2의 리베이트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의료기관이 실제로는 저가로 낙찰받은 의약품을 사용하면서 상한금액에 가까운 금액으로 급여비를 청구, 그 차액을 일종의 이득금으로 챙기고 있다는 얘기다.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손숙미 의원(한나라당)은 약가절감을 위한 대안을 마련하고자 심평원 자료를 분석해본 결과, 같은 전문의약품이라도 입찰방법에 따라 가격차가 최대 97배나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3일 밝혔다.
실제 손 의원실에 따르면 A의약품의 경우 공개입찰의 경우 최고가가 1738원으로 거래됐으나, 의료기관과의 수의계약에서는 18원에 납품가격이 낙찰돼 입찰방법에 따라 96.6배에 달하는 가격차를 기록했다.
또 B제품의 경우에도 입찰방법에 따라 최고가가 3203원, 최저가가 819원으로 3.9배의 차이를 보였다.
이 같은 가격차가 나는 이유는 해당 의료기관에서 일괄 입찰을 실시하기 때문. 품목별로 가격을 책정하기 보다는 총액으로 입찰을 하기 때문에 끼워넣기 식의 가격형성이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 손 의원은 이 같은 의약품 저가공급이 약제비 절감보다는, 의료기관들의 수익보전책의 하나로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일종의 리베이트 성격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것.
그는 "의료기관이 낮은 가격에 의약품을 공급받아 국가에 청구할 경우 약제비가 절감돼 국민에게 이득일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면서 "의료기관에서 낙찰받은 금액을 그대로 청구할 확률이 낮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입찰때마다 가격이 다르고 재고도 쌓여있어 1739원짜리 약을 18원에 공급받아도, 의료기관이 낙찰가 18원에 그대로 국가에 청구하기 보다는 과거 낙찰받은 품목 중 상한가에 가장 가까운 가격으로 급여비를 청구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납품일자와 공급가를 모두 꼼꼼히 맞춰 실거래가를 파악, 관리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
이에 대해 심평원측은 손숙미 의원실에 "의료기관이 어느 시점에 싸게 납품을 받아도 입찰 때마다 가격이 다르고 재고도 쌓여있어 그대로 청구하는 경우가 드물고 단속도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손숙미 의원은 "약제비 절감을 위한 공개경쟁입찰제도를 일반 요양기관에도 확대하고 정확한 출고가와 유통마진 파악을 위한 방안 마련해야 한다"고 정부의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아울러 손 의원은 "의약품정보센터는 정보분석을 통해 리베이트가 의심되는 제약사 및 요양기관에 대한 정보를 감사할 수 있는 기관에 적극적으로 제공해야 한다"면서 "또 허위정보 및 정보보고를 하지 않는 제약사에 대해 징계할 수 있는 강력한 법적근거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