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일부터 의협 회무를 이끌어갈 경만호 집행부의 인선 결과를 놓고 다양한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27일 의료계에 따르면, 경만호 당선자와 함께 할 제36대 집행부 인물 중 상당수가 회장선거 결과에 따른 정치적 보은 성격이 짙은 인사들로 구성됐다는 지적이다.
이번 인선의 두드러진 부분은 경만호 당선자의 옛 참모진이 대거 기용됐다는 점이다.
이날 발표된 35명의 집행부(의료정책연구소 포함) 중 9명이 경만호 당선자가 2006년 서울의사회장 시절 상임진에 발탁된 인물이다.
나현 부회장(서울시의사회장)은 당시 수석부회장을, 신민석 부회장은 같은 부회장직을, 신원형 상근부회장은 공보이사를, 유혜영 재무이사는 동일한 재무이사직을, 장현재 의무이사는 총무이사를, 좌훈정 공보이사 겸 대변인은 홍보이사를, 박용우 대외협력이사는 섭외이사를, 오석중 참여이사는 학술이사, 최종현 사무총장은 사무총장 등으로 경 당선자와 인연을 맺었다.
경만호 당선자는 “이번 인선은 능력을 최우선시 해 진통이 많았다”면서 “코드에 맞은 사람들로 구성했다”며 장고를 거듭했던 인선과정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번 부회장단과 상임이사진을 자세히 살펴보면, 상당수가 정치성 인사가 반영됐다는 시각이다.
먼저, 부회장직에 나현 서울시의사회장과 윤창겸 경기도의사회장, 신민석 경만호 후보시절 선대본부장 등 6명 중 3명이 친 경만호 라인으로 배치됐다. 반면, 지방 시도회장은 한 명도 기용되지 않았다.
또 다른 특징은 장동익 전 의협회장 라인의 복귀이다.
장동익 회장시절 정책이사를 지낸 이재호 경기내과의사회 부회장이 정책이사로, 기획이사를 지낸 박윤형 순천향의대 교수가 의료정책연구소장으로 인선돼 2명 모두 화려한 컴백을 예고했다.
은상용 정책이사(전북의사회 정보통신이사)와 조인성 대외협력이사(경기도의사회 부회장)의 발탁도 경만호 당선자의 투표승리에 공헌한 호남과 경기도를 고려한 인사라는 시각이다.
가톨릭의대 출신의 다수 포진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가톨릭의대가 7명이 가장 많고 한양의대 4명, 연세의대 4명 등으로 가톨릭의대 출신인 경만호 당선자와 한양의대 동문회장인 윤창겸 경기도의사회장, 연세의대 출신인 나현 서울시의사회장 등의 영향력이 우선적으로 반영됐다는 비판이다.
경만호 당선자는 인선발표 후 “의학회 추천 학술이사와 당연직인 공보협장 등을 제외하면 가톨릭의대가 5명에 불과하다”면서 학연에 무관한 인선임을 강조했다.
의료계에 생소한 비의사인 조남현 정책이사의 상근 허용도 의외라는 반응이다.
조남현 정책이사는 건강복지공동회의 공동대표로 ‘무공약’을 표방한 경만호 당선자의 후보시절 선거운동시 다양한 기획과 아이디어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롭게 신설된 참여이사진은 회원을 위해 봉사한다는 취지로 무보수로 특별회무를 담당한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되고 있다.
의료계 한 중진인사는 “집행부 명단 면면을 보면 경만호, 나현, 윤창겸, 장동익 라인으로 뒤섞여 있다”면서 “학연과 지연 구분 없이 능력을 최우선시 하겠다던 경 당선자의 약속이 사라진 것 같다”며 인선에 대한 안타까운 심정을 표했다.
한 개원의도 “선거 당선에 기여한 세력들이 지분을 요구하는 모양새가 곳곳에서 감지된다”고 전하고 “무엇보다 경 당선자의 잘못을 지적할 수 있는 ‘악악’ 되는 사람이 한 명도 안보인다”고 지적했다.
선거과정 중 자리를 판 적이 없다는 부분을 누누이 강조해온 경만호 당선자의 집행부 인선을 능력 중심의 의견수렴 결과로 봐야할지, 아니면 당선에 기여한 세력들의 요구가 반영된 것인지 아이러니한 물음표가 대두되는 분위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