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정부의 수가 개편에 기대를 걸고 구조조정을 자제해 오던 양질의 요양병원들이 29일 심평원 발표에 크게 실망감을 표시하며 인력 감축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서울의 A요양병원 원장은 29일 “지난해부터 경영상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의사 1등급, 간호인력 1등급을 유지했지만 더이상 버틸 방법도, 이유도 없다”고 못 박았다.
그는 “정부가 질높은 요양병원에 대해서는 가감히 인센티브를 주고, 질 낮은 기관은 수가를 감산하겠다고 해서 기대를 걸었는데 심평원의 수가개선안 발표를 보니 살 길은 인력을 줄이는 것 밖에 없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요양병원들은 심평원이 28일 발표한 수가개선안 가운데 간호인력 차등수가안에 가장 큰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수가개편안에 따르면 환자 대비 간호인력 비율을 △1등급 3대 1 이하, 간호사 비율 2/3 이상 △2등급 3대 1 이하 또는 3대 1 초과~5대 1 미만, 간호사 비율 2/3 이상 △3등급 3대 1 초과~5대 1 이하 △4등급 5대 1 초과~6대 1 이하, 간호사 비율 2/3 이상 △5등급 3대 1 이하, 간호사 비율 1/3 미만 또는 3대 1 초과~5대 1 이하, 간호사 비율 1/3 미만 △6등급 5대 1 초과~6대 1 이하 △7등급 5대 1 초과~6대 1 이하, 간호사 비율 1/3 미만 △8등급 6대 1 초과~8대 1 이하 △9등급 8대 1 초과~10대 1 이하 △10등급 10대 1 초과 등으로 세분화했다.
이에 따른 수가안은 1안이 △1등급 50% 가산(8500원) △2등급 40% 가산(6850원) △3등급 30% 가산(5140원) △4등급 25% 가산(4280원) △5등급 20% 가산(3420원) △6등급 0% △7등급 20% 감산(-3420원) △8등급 30% 감산(-5140원) △9등급 50% 감산(-8560원) △10등급 60% 감산(-1만270원) 등이다.
2안은 1안과 같은 등급을 유지하되 일부 가산 비율과 감산 비율을 줄인 게 특징이다.
이에 대해 A요양병원 원장은 “요양병원이 대학병원도 아닌데 환자대 간호사 비율을 3대 1로 맞추라고 해 황당하다”면서 “더이상 수익률이 떨어지는 것을 방치할 수 없어 일단 간호사, 의사를 줄여 간호등급을 2~3등급, 의사 등급도 2등급으로 낮추고, 사회복지사도 줄여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 요양병원은 불가피할 경우 임상병리검사도 위탁으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그는 “일당정액수가에서 질 낮은 병원이야 행위를 줄이면 더 이익이 남지만 우리처럼 의료의 질이 높은 병원은 원가를 절감하기 위해 인력을 감축하는 길 밖에 없다”면서 “이대로 가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겠지만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B요양병원 원장 역시 심평원의 수가개선안은 개선이 아닌 개악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그는 “요양병원의 특성을 감안해 간호인력의 2/3을 간호조무사로 채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는데 급성기병원 수준의 인력을 채워야 가산수가를 주겠다고 하는 발상 자체가 웃기지 않느냐”고 따졌다.
그는 “심평원 안대로 하면 가산받는 병원이 10개도 안될 것”이라면서 “더이상 정부의 수가개편을 기대하다가는 도산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털어놨다.
그는 “간호 1등급을 유지하면서 손해를 많이 봤는데 3등급으로 일단 하향조정하고, 간병인도 줄일 생각”이라면서 “위기를 타개하는 게 급선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