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협회가 회원사들의 학회지원 투명화 장치로 만든 지정기탁제가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협회는 지난해 2월부터 한국의학원이나 의학회 의학학술지원재단 등 제3자에를 통해 학회 경비, 해외 연수비용 등을 지원하도록 했다.
제약협회 문경태 부회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올해 춘계학술대회 시준 중 제3자지정기탁제를 통해 학회로 지원금이 전달된 사례가 단 한 건도 없다"면서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춘계학술대회 시 끝나가는 마당에 나온 문 부회장의 발언은 제3자 지정기탁제의 현실이 어떤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와 관련, 의학원 고위관계자도 "제약협회와 MOU까지 체결했지만 변화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면서 "제약협회 회원사들이 지정기탁제를 외면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다국적제약사의 경우 의학원을 통한 지정기탁이 매우 활발하지만 국내제약사가 지정기탁제를 이용한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로 미미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지정기탁제가 허울뿐인 제도로 전락한 것은 제도가 의무화되어있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제약협회는 지난해 4월 공정거래위원회에 지정기탁제 의무화를 골자로 한 제약협회 공정경쟁규약 개정을 요청했지만 공정위의 외면으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협회는 올해 또 다시 규약 개정안을 마련, 의무화를 추진하기로 했지만 성사 여부가 불투명하다.
학회나 제약회사들이 지정기탁제를 꺼리는 관행이 여전한 것도 문제다. 학회 관계자는 "제약회사 쪽에서 먼저 직접 지원을 제안해오는 경우가 많다"며 "상당수 학회들은 지정기탁제를 원하지만 일부 학회는 제약사의 제안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학회 등이 합법적으로 제약사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재단법인화 하는 등 세무문제를 투명화 한 것도 한 원인으로 꼽힌다.
제약협회가 지정기탁제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