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외처방약제비 환수를 둘러싼 공단과 의료기관간 법정 공방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서울고등법원 민사10부(부장판사 박철)는 13일 이원석 원장이 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청구한 원외처방약제비 환수액 반환소송 항소심과 관련, 지난달에 이어 심리를 이어갔다. 이원석 원장은 1심에서는 승소한 바 있다.
이날 원고 측은 구술변론을 통해 “식약청 허가사항, 급여기준 초과 처방이나 항생제, 항히스타민제가 심사기준에 어긋날 가능성 있지만 형식적인 심사기준을 가지고 의사 처방이 부적절하다고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 측은 “의사는 의학적 판단에 따라 약을 처방한 것이고, 의료법상 최선의 진료를 할 의무가 있다”면서 “피고인 공단이 주장하는 식약청 허가사항이나 급여기준은 약 처방시 참고사항에 불과할 뿐 이를 위반했다고 해서 불법행위라고 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또 원고 측은 “건강보험 재정 안정보다 환자 생명이 더 중요하며, 피고가 불법행위라고 주장하는 것은 부당하다”면서 “공단은 환수한 돈을 의료기관에 반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공단은 “원고가 제출한 진료명세서에 대해 다른 동료 의사인 심평원 전문심사위원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면서 “만약 2차 항생제 처방이 반드시 필요했다면 진료기록부 상 사유가 전제돼야 하는데 전문심사위원들의 의견은 결코 필요치 않다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이와 함께 보조참가한 심평원 측은 “원고는 진료명세서에 급성 코 인두염이라고 기재하고 알레르기성 비염 약을 처방했다”면서 “진료기록부가 (처방의 타당성을 판단하는) 1차적인 판단 근거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원고 측은 “이는 알레르기성 비염인지 급성 코 인두염인지 진단명을 판단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처방을 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피고 측은 “특이사항이 있다면 진료명세서 참조난에 기재하도록 돼 있다”고 환기시켰다.
그러나 재판부는 “공단의 그런 논리는 만약 의료기관이 명세서를 잘못 기재하면 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거냐”면서 “청구서와 다른 처방을 한 게 불법행위라고 주장한다면 기각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심사 후 의료기관이 자료를 보완할 경우 이를 인정해 주면 전산심사도 괜찮지만 형식적 심사로 끝난다면 문제가 있다”면서 “피고는 심사한 후 의료기관이 보완자료를 내면 얼마나 결정을 번복하는지 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주문하고 나섰다.
한편 공단 측은 재판에서 패소하면 의료기관의 줄소송으로 인해 지연이자까지 포함해 1500억원 가량을 환불해줘야 하는 사태가 올 수 있다는 점도 부각시켰다.
특히 공단 측은 “(공단 패소시) 반환액도 문제지만 과잉 원외처방약제비를 환수할 수 없게 되면 의사가 마음대로 처방하는 것은 아니라 하더라도 감당할 수 없게 된다”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설마 의사가 멋대로 처방하는 일이 벌어지겠느냐”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