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계와 보건복지가족부가 요양병원 수가개편을 놓고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대한노인요양병원협의회 김덕진 신임 회장이 정부가 잘못된 요양병원 정책을 고수할 경우 정면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하고 나서 주목된다.
대한노인요양병원협의회 김덕진(희연병원 이사장) 신임회장은 27일 전국 회원들에게 보낸 인사서신을 보냈다.
그는 서신에서 “국민 정서상 요양병원이라면 어둡고 칙칙한 느낌을 떠 올리게 되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이는 근본적으로 국가 노인의료정책의 실패에 기인한 것이라고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고 못 박았다.
정부가 필요 요양병상을 2만병상으로 추계했음에도 불구하고 무계획적이고, 무책임하게 허가하면서 현재 8만2천병상을 돌파했으며, 그 결과 시장난립으로 이어져 각종 불법, 부당행위가 성행하고, 피해가 송두리째 국민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김 신임회장은 “지난해 1월 시행된 요양병원형 일당정액수가제는 서비스 질을 높이면 경영에 압박을 받고, 의료 서비스를 외면하면 이익을 내는 코미디 같은 구조”라면서 “이로 인한 피해 역시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전가되고 말았다”고 꼬집었다.
그는 “물이 유유히 흘러갈 수 있도록 돌맹이도 치우고, 막힌 곳을 뚫어야 할 책무를 지닌 정부 정책이 바위로 물을 가로막으니 시장(요양병원)은 소용돌이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 작금의 실태임은 말할 나위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들로부터 존경받는 요양병원 상을 정립하기 위해 회원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을 전제로 병원에 반성의 여지가 있다면 개선을 유도해 노인의료 서비스의 질을 높여 소비자가 신뢰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김 회장은 전체 요양병원의 56.3%를 차지하는 105병상 이하 병원의 애로는 물론 노인의료 현장의 살아있는 목소리를 적극 수렴해 정책 건의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요양병원 구성원에 대한 재교육에도 소홀함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김 회장은 “정부 정책에 문제가 있다면 먼저 설득과 이해를 구할 생각”이라면서 “그래도 외면 받는다면 “아니오!” 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할 작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최근 심평원이 제시한 요양병원 입원료 차등수가안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되, 여의치 않으면 강경 대응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천명한 것으로 보인다.
요양병원계는 지난달 28일 심평원이 발표한 요양병원 입원료 차등수가안, 특히 간호인력 차등수가안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시 김덕진 회장은 “수가를 시급히 현실적으로 개선해야지 시간을 끌다가는 일류 병원들이 다 도산하고 말 것”이라면서 “지금 사정이 매우 절박하기 때문에 정부가 제대로 하지 않으면 국민들에게 직접 호소할 수밖에 없다”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그는 만약 정부가 요양병원 정상화를 위한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지 않을 경우 전국 각지의 응급차량을 서울로 집결시켜 시위를 벌이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김덕진 회장은 “국가나 공공기관이 아닌 요양병원의 입장에서 적정이익이 보장되어야만 수요자에게 질 높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서 “전국 724개 요양병원들이 회원으로 적극 동참해 이러한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