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제의 부작용에 대해 의협 등 의사단체에 알리고 시판후 조사까지 마친 약제라면 그 부작용에 대한 피해만으로 식약청의 책임을 물을수는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부산지방법원 민사8부는 최근 출산 중 유도분만을 위해 싸이토텍을 처방받았으나 이후 출혈이 일어나 결국 자궁적출술을 받은 환자가 약제의 관리책임을 물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모두 기각했다.
의사의 처방권과 관련한 문제를 두고 약제의 부작용을 알리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한 국가에게 책임을 묻는 것은 타당치 못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4일 판결문을 통해 "공무원이 위험을 막기 위해 나서지 않으면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할 수 없는 중대한 위험상태가 아니라면 원칙적인 일을 수행한 공무원에게 그 의도와 다르게 일어난 일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하다"고 못박았다.
이 사건의 쟁점은 과연 싸이토텍의 주성분인 미소프로스톨이 산과적으로 쓰이는 것이 타당하느냐에 대한 부분이었다.
이에 대해 환자측은 "싸이토텍은 소화성 궤양용제로 FDA의 승인을 받은 약품으로 제조회사도 그 부작용으로 자궁출혈이 있다는 사실을 식약청에 보고했다"며 "하지만 현재 산부인과에서 유도분만제로 널리 쓰이고 있음에도 식약청이 이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식약청이 부작용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하며 임부에게 투여를 금지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식약청은 싸이토텍을 소화성 퀘양용제로 분류하고 제약업체에 자궁출혈 등의 부작용을 경고하도록 지시했으며 의협 등에도 이같은 조치를 취할 것을 주문했으므로 그 의무를 다했다고 맞섰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관련 증거들을 보면 식약청은 싸이토텍을 소화성 궤양용제로 허가한 후 자궁출혈이 나타났다는 보고에 따라 임부 또는 임신 가능성이 있는 사람에게는 투여하지 말 것을 공시했다"며 "또한 제약협회와 의사협회, 병원협회에 공문을 보내 이같은 내용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어 "또한 시판후 조사를 통해 임부에게 미소프로스톨을 투여했을 때 비정상적인 자궁출혈 등 이상반응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검토했다"며 "이같은 상황을 봤을 때 식약청은 법령에 맞춰 안정성과 유효성을 충분히 검토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허가 및 신고범위를 넘어 약제를 사용할 수 있는 의사의 처방권 문제를 법령에 의거해 조치를 다한 식약청에게 책임을 물어서는 안된다"며 환자의 주장을 모두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