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역 주요 대형병원들이 그간 미뤄오던 상반기 간호사 채용에 일제히 들어간다.
이들 대형병원들은 간호사 업무 특성상 현 시점에서 미리 인력을 확보하는 게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중소병원계는 인력난을 가중시킬 수 있다며 못마땅하다는 반응이다.
서울대병원은 최근 간호직, 약무직, 보건직, 기술직 등에 대한 상반기 채용 공고를 내고 3일부터 5일까지 응시원서 접수에 들어갔다. 이중 간호직의 경우 2009년도 8월 또는 2010년도 2월 졸업예정자나 면허증 소지자를 대상으로 예년과 마찬가지로 ‘000명’ 단위의 대규모 인원을 뽑을 예정이다.
서울대병원과 함께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도 조만간 정기 간호사 채용에 들어갈 계획이다.
연세의료원은 이들 병원보다 빠른 지난 3월 이미 ‘000명’ 단위의 간호사 채용 모집에 들어간 상태다.
이들 대형병원은 간호대 졸업 예정자를 대규모로 미리 채용하는 관행이 중소병원의 간호사 인력난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일자 올해 상반기 채용을 자제해 왔다.
그러나 대형병원들은 더이상 채용을 미룰 수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A대학병원 관계자는 “2007년, 2008년 주요 대학병원들이 연초부터 간호사 정시채용에 들어가자 인력 선점이라는 지적이 나온 바 있어 올해에는 채용시기를 6월로 연기하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안다”면서 “더 이상 채용을 연기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간호사의 경우 특성상 이직이 잦고 늦어도 현 시점에서 채용해야 오리엔테이션과 실습 등에서 차질이 빚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B대학병원 측도 “간호사를 미리 뽑으면 아무래도 중소병원 인력 수급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하지만 연간 인력 결손을 예측해 일정 인원을 선발해 놓을 수밖에 없는 사정도 있다”면서 “이는 입도선매 차원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서울 대형병원 가운데 가장 먼저 간호사 정시채용에 들어간 연세의료원 역시 인력 선점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연세의료원 관계자는 “올해 중 정시모집은 한번으로 끝나기 때문에 입도선매가 아니며, 인력 수급을 고려해 채용을 한 것일 뿐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형병원들이 대규모 인력 채용에 들어감에 따라 중소병원들은 간호 인력난이 재연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중소병원협의회 관계자는 “대형병원들이 미리 간호인력을 뽑는 것은 공정한 자율 경쟁을 저해하는 것”이라면서 “아무래도 중소병원 인력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병협도 대형병원과 중소병원간 간호인력 불균형 문제가 심화되자 국립대병원장회의, 사립대병원장협의회 등에 과도한 간호인력 채용 대기 등을 개선해 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