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국회가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 약사를 면허정지 처분하기 위해 법 개정을 추진중인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는 이같은 법적 규제보다 보건의료업계 스스로 공정경쟁규약을 준수해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 미묘한 입장차를 보였다.
공정거래위원회 노상섭 경제분석과장은 최근 한국임상암학회(이사장 방영주) 춘계학술대회에서 ‘의료인의 직업윤리와 공정거래’를 주제로 특강을 했다.
노상섭 과장은 “의약품은 소비자가 직접 선택할 수 없는 재화이므로 의료전문가의 선택권이 매우 중요하며, 건강보험 재정의 건전성도 고려해야 하는 내재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환기시켰다.
이와 함께 노 과장은 우리나라의 보건의료산업도 선진화된 투명한 유통을 위한 의식 변화가 필요한 시점에 도달해 있다고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노 과장은 “음성적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강력한 법적, 행정적 규제를 통해 보건의료시장의 투명한 유통구조를 만들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이같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입장은 현재 국회와 보건복지가족부가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 약사를 처벌하는 방식으로 의약품 거래 투명화를 꾀하겠다는 구상과 다소 견해차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박은수 의원(민주당)은 이달 초 3일 의약품 사용 대가로 리베이트를 받은 의·약사에 대해 1년 이내의 면허정지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의료법, 약사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보건복지가족부 전재희 장관도 11일 의약품업계 윤리경영 세미나 특강에서 “정부는 의약품 거래에 있어 불법적 유통관행을 근절할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면서 “이를 위해 모든 법적, 제도적 수단을 동원하고 필요한 부분을 지속적으로 보완하겠다”고 분명히 한 바 있다.
또 노 과장은 “제약사가 의약품의 본질을 무시한 채 리베이트 제공 등 부적절한 경쟁수단을 활용한다면 의약품 시장과 보건의료업계 전체의 사회적 신뢰를 스스로 손상시켜 해당 기업은 물론 사회에도 불행한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노상섭 과장은 보건의료업계 스스로 공정경쟁규약을 만들고, 이를 준수하고자 하는 것을 규제로 여기기보다는 보건의료업계의 윤리적 기반을 탄탄히 해 나가는 초석작업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노 과장은 “의약품 채택 및 처방량 증대를 위한 과대접대, 리베이트 등의 불공정 거래관행이 단절될 때 의약품 시장의 진정한 선진화가 이루어 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