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병원이 서울남부지법의 강제조정에 따라 백혈병환자에게 비급여한 건강보험 대상 진료비를 환급해 준 후 심평원에 그대로 청구하더라도 청구 총액의 10%도 건질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는 환자의 경우 진료를 받은 날로부터 5년 이내에 진료비 확인 민원을 제기할 수 있지만 의료기관이 보험급여비용을 받을 권리는 소멸시효가 3년에 불과한데 따른 것으로, 성모병원 사태를 계기로 건강보험법 개정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서울남부지법은 15일 의료급여 대상 백혈병환자 107명이 성모병원을 상대로 청구한 19억여원 임의비급여 진료비 반환 민사소송에 대해 강제조정했다.
환자들이 환급을 요구한 19억여원 가운데 성모병원이 급여 항목을 비급여한 10억여원과 이에 대한 법정이자 10%를 지급하라는 게 법원의 결정이다.
법원은 급여 대상을 환자에게 임의비급여한 것을 제외한 △진료비에 포함된 치료재료 비용 △허가사항을 초과한 약제비 △진료지원과 선택진료비 포괄 위임 등을 환자에게 징수한 것에 대해서는 성모병원의 환불 책임을 묻지 않았다.
재판부의 강제조정이 확정되면 성모병원은 백혈병환자들에게 10억여원을 환불한 후 심평원에 요양급여비용 청구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성모병원이 급여 대상 항목이라고 심평원이 명시한 것을 모두 청구한다 하더라도 전액을 돌려받기는 어렵다.
건강보험법 제79조에 따르면 의료기관이 보험급여를 받을 권리를 3년간 행사하지 않으면 소멸시효가 완성된다.
하지만 민사소송을 제기한 환자 대부분이 2005년 이전에 진료를 받았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 진료비를 청구하더라도 시효가 소멸됐기 때문이다.
성모병원 관계자는 17일 “소송을 청구한 환자들 대부분이 4~6년 전에 진료 받은 것이어서 심평원에 진료비를 청구하더라도 3년을 초과해 받기 어려울 것으로 안다”면서 “10억여원 중 1억원이라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런 사정은 다른 병원도 마찬가지다.
A병원 관계자는 “환자들은 진료를 받은 날로부터 5년 이내에 진료비 확인 신청 민원을 넣으면 환불받을 수 있는 반면 의료기관은 3년 이내에 진료비를 청구하도록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이 때문에 병원만 손해를 보는 게 현실”이라고 질타했다.
병원계는 이런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과거부터 꾸준히 건강보험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복지부가 적극 나서지 않으면서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17대 국회에서 강기정 의원은 대학병원민원관리자협의회(회장 이인영)의 건의를 수용해 건강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회기를 넘기면서 백지화된 바 있다.
강 의원이 발의한 건강보험법 개정안은 환자의 경우 진료 종료일로부터 5년 이내에 심평원에 요양급여 대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요양급여 대상 여부 확인 결과를 통보받은 요양기관은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 하더라도 통보받은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인영 회장은 “요양급여비용을 받을 권리의 소멸시효를 3년으로 규정하면서 진료비 확인을 요청한 환자에게 과다 청구한 금액을 지급한 후 요양급여 대상 비용을 심평원에 청구하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