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사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서울대병원 내과가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 진료권고안’을 공식 채택해 주목된다.
이는 지난 5월 사전의료지시서 작성에 이은 2단체 조치이며,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는 범위를 확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서울대병원은 7일 의료윤리위원회(위원장 오병희 부원장)가 최근 ‘무의미한 연명치료의 중단에 대한 진료권고안’을 공식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권고안에 따르면 생명을 단축시키려는 의도를 가지는 안락사, 환자의 자살을 유도하는 의사 조력자살에 대해서는 어떤 상황에서도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환자가 편안하게 임종을 맞이할 수 있도록 호스피스-완화의료의 필요성에 대해 환자와 보호자에게 설명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권고안은 질환상태, 환자의 의사결정능력 등을 고려해 △사전의료지시서에 근거해 진료현장에서 결정이 가능한 상황 △환자의 추정적 의사를 판단해 진료현장에서 결정이 가능한 상황 △병원 의료윤리위원회의 의학적 판단에 따라야 하는 경우 △법원의 결정에 따라야 하는 사례로 구분했다.
사전의료지시서에 근거해 결정이 가능한 상황은 말기암환자 뿐만 아니라 뇌사상태 (장기 이식 목적이 아닌 경우) 혹은 만성 질환의 말기상태 환자를 의미한다.
서울대병원은 지난 5월 사전의료지시서에 근거해 말기암환자에게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한 바 있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범위를 확대했다.
또 서울대병원은 환자의 평소 가치관이나 신념 등에 비춰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환자의 최선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인정되고, 환자에게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더라도 연명치료의 중단을 선택했을 것이라고 볼 수 있을 때에는 대리인이 사전의료지시서에 서명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특수연명치료(인공호흡기 등)에 의존하는 지속적 식물상태 혹은 환자의 의사 추정 또는 의학적 판단이 어려운 경우에는 반드시 병원 의료윤리위원회의 의학적 판단을 받아야 한다.
병원 의료윤리위원회에서 결정하지 못하거나 지속적 식물상태에서 일반 연명치료의 중단 여부 등은 법원의 결정을 따라야 한다고 명시했다.
연명장치의 제거 등 법률적 문제가 수반될 수 있는 사안은 향후 제정될 법률 또는 국가적 지침 등을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대학교병원은 사전의료지시서에 근거해 말기암환자에서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한 바 있으며, 5월 19일부터 현재까지 11명의 말기암 환자에서 사전의료지시서가 작성됐고, 이중 7명이 연명치료를 시행치 않고 임종했다고 밝혔다.
서울대병원 내과(과장 박영배)는 연명치료의 중단에 대한 기준이 불분명해 진료현장에서 큰 혼란이 야기됨에 따라 다양한 전공분야의 의료진과 법률전문가의 자문을 거쳐 자체기준을 결정하고, 지난달 의료윤리위원회에 심의를 의뢰했다.
허대석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진료권고안이 연명치료에 대한 논란을 줄이고,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데 기여하기를 기대한다”면서 “환자들이 편안하게 임종을 맞을 수 있게 호스피스-완화의료제도 확립에도 함께 노력해야 할 시점”이라고 못 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