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조무사가 약을 조제했다고 해서 부당금액을 산정할 때 약제비까지 환산해 5배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게 타당한가?
지방의 A병원은 지난 2007년 복지부 실사에서 의약품 조제 자격이 없는 간호조무사가 의약품을 조제하는 등의 불법행위가 적발돼 최근 3억여원 환수 처분과 함께 이 금액의 5배인 16억여원 과징금 처분을 통보받았다.
이 병원은 의사나 약사가 아닌 간호조무사가 일부 약을 조제한 것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병원 관계자는 “무자격자가 조제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의사가 처방하지 않은 약을 조제하거나 약값을 허위청구한 것은 결코 아니다”면서 “환자가 처방한대로 약을 복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조제료나 복약지도료가 아닌 약제비까지 부당금액에 포함시키는 것은 부당하다”고 토로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의료기관에 대해 업무정지처분을 내릴 때 해당 병원의 월 평균 부당금액과 부당비율을 기준으로 한다.
이 병원에 따르면 부당청구금액의 80~90% 가량이 약값이다. 만약 부당청구금액을 계산할 때 약제비를 제외하면 부담금액과 부당비율이 크게 낮아져 환수액과 업무정지처분에 갈음한 과징금 처분 모두 미미한 수준으로 떨어지게 된다.
하지만 약제비가 부당금액에 포함되면서 처분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에 대해 이 병원 관계자는 “환수액과 과징금 처분액을 모두 포함하면 20억원에 육박한데, 1년에 순수입이라고 해봐야 1억원에 남짓한 병원에 이처럼 감당할 수 없는 처분을 내리는 것은 병원 문을 닫으라는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엄청나게 부당청구를 한 것처럼 보이지만 약값을 포함시켰기 때문에 이런 처분이 떨어지는 것”이라면서 “소송을 통해 과징금 산정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호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5일 서울행정법원도 의료기관이 부당청구를 했다 하더라도 환자에게 제공된 약값까지 부당금액에 포함시키는 것은 재량권 남용이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심평원은 S신경외과의원에 대해 2000년 9월부터 2003년 2월까지 현지조사를 벌여 요양원에서 생활하는 정신질환자들의 약제를 처방해 주면서 내방일 수가 산정 기준을 위반, 2천여만원을 부당청구했다며 2008년 12월 59일 업무정지처분을 내렸다.
이에 대해 법원은 “부당금액 중 약제비는 실제 환자들에게 제공한 약값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의료기관이 실질적인 이득을 취한 바 없음에도 부당금액 산정에 포함된 점을 종합하면 복지부 처분은 재량권의 범위를 일탈하거나 남용한 위법 처분”이라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