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의 독자적 판단에 의해 결정되어 온 장애판정 등급이 사실상 사라질 것으로 전망이다.
12일 보건복지가족부와 의학계에 따르면, 의사 1명의 판단에 의존한 현행 장애판정 체제의 신뢰성과 객관성 제고를 위해 장애등급을 최종결정하는 장애판정위원회 운영을 적극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장애 인구는 2000년 145만명(전체인구 3.09%)에서 2005년 215만명(4.59%)으로 매년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복지서비스에 대한 사회적 부담감이 가중되고 있는 상태이다.
문제는 의사에 의해 좌우되는 장애등급 판정체제이다.
평택대 사회과학연구소의 연구결과(06년) 장애판정오류는 9.7%이며, 국민연금공단의 중증장애인 재심사에서도 28.5%가 하향 조정돼 이른바 ‘가짜 장애인’이 부정확한 의료적 판단과 장애인 민원에 의해 생성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지난해부터 장애평가 기준개발에 돌입한 복지부와 의학회는 이달초 ‘의학적 장애판정 기준 개선안 타당성 검증을 위한 모의적용 사업’ 설명회를 통해 장애평가 기준의 대대적인 조정에 착수했다.
의학회의 보고내용에 따르면, 주치의와 장애인, 동사무소로 진행되는 현행 장애평가 과정과 1차 판정의의 진단서를 사업본부를 거쳐 2차 판정의에서 최종 결정하는 방안이다.
다시 말해, 의사 혼자 장애여부를 판단해 장애등급을 매기면 동사무소에서 그대로 복지카드를 발급하던 현 시스템을 첫 번째 의사는 장애진단서만 체크하고 사업본부에서 두 번째 의사에게 서류를 넘겨 장애등급을 적용하는 크로스 체크 형식이다.
이를 적용하게 되면, 의사가 내원한 장애환자의 등급을 결정할 의무감이 사라지고 환자의 민원에 따른 부담감도 줄어들어 평가의 객관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복지부는 지자체내 장애인안전지원팀과 촉탁의를 의해 장애등급을 판정하는 지자체내부형 시범사업을 서울 성북구와 광주 남구에서, 국민연금공단 자문의사를 통해 장애등급을 평가하는 지자체외부형 시범사업을 서울 송파구와 천안시에서 연말까지 실시할 에정이다.
장애인개발원 김경란 팀장은 “시군구지역의 전문의를 위촉해 1차 판정의가 가져온 서류를 검증해 판정위원회에서 최종 승인하는 방안이 강구되고 있다”면서 “이를 적용하면 위촉의사와 사회복지사 서비스 구축에 2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언급했다.
복지부 장애인정책과 윤병철 사무관은 “의사가 장애등급을 잘못 판정했을 때 의료법상 허위진단으로 문제가 될 수 있으나 현실적으로 제재하기는 어렵다”고 전하고 “의학회의 장애진단 기준이 만들어지면 의사는 신체장애 손상율만 표시하고 판정위원회에서 등급을 매기는 방안이 유력할 것”이라며 장애판정 시스템의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대한의학회는 오는 11월까지 상지와 하지, 척추, 뇌척수, 시각, 펑각·평형, 언어, 피부·외모, 신장·비뇨, 심장, 소화기, 호흡기, 정신행동 등 질환별 세부적인 장애평가 체크리스트를 완료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