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의 관심이 집중됐던 중복처방 고시 취소소송이 재판부가 공개한 문서 한장으로 혼란에 휩싸였다.
15일 서울행정법원 제11행정부가 최종심의에서 “의협에서 중복처방 고시 개정안에 이의가 없다는 의견서를 복지부에 제출했다”고 공표함에 따라 고시취소를 기대한 의료계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재판부는 의협이 4월 10일 제출한 의견서를 제시하며 “의협이 이번 건에 이의가 없는게 아니냐”며 소송의 진행여부를 의협 변호사에게 반문해 문서 사실을 알지 못했던 변호사를 당혹스럽게 했다.
이날 심의에서 공개된 문서는 180일 기준으로 동일성분 중복처방을 7일 이내로 제한하는 기존 고시를 30일이내로 완화한 개정고시안에 대한 의협의 의견으로 복지부측 변호사가 심의 이틀전 재판부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복지부측 박혁 변호사(정부법무공단)는 메디칼타임즈와 전화통화에서 “개정안 고시에 대한 의협의 의견서는 재판부가 언급한 대로 4월 10일 복지부에 접수했다”면서 “(어느 집행부인지 잘 모르겠지만) 의협이 소송을 취하하겠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소송을 지속해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했다”고 말했다.
법관과 의협측 변호사를 어의없게 만든 문서가 이번 소송의 새로운 변수로 등장한 셈이다.
재판부가 언급한 문서가 작성된 4월 10일 날짜를 보면, 의협 전임 집행부에서 작성된 것은 확실하나 작성경로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왕상한 전 법제이사는 “전혀 알지 못했다”면서 “문서의 작성 날짜를 보면 전임 집행부의 마지막 상임이사회(4월 9일)쯤인데 이사회에서 이 사안이 논의된 적이 없다”며 전임 집행부 전체의견이 아님을 강조했다.
왕 전이사는 다만 “중복처방 고시 취소 소송 초기부터 법무팀과 보험국이 의견이 달랐다”고 전하고 “마지막 상임이사회에서 소송건을 논의하면서 끝까지 간다, 차기 집행부로 넘긴다는게 집행부의 입장이었다”고 덧붙였다.
전철수 전 보험부회장은 “중복처방 고시 소송에 대한 같은 내용의 문의전화를 받았는데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면서 “확인해 봐야 할 것 같다”며 복지부에 보낸 문서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했다.
또 다른 의문점은 현 집행부가 이같은 사실을 모르고 있었냐는 것이다.
박형욱 법제이사는 “전임 집행부 내부에서 중복처방 소송에 놓고 이견이 있었다는 말을 들었으나 문서가 전달됐는지는 몰랐다”고 말하고 “소송 당사자가 의협이 아닌 개인 회원들로 소송에서 중요 의견이 될 수 있으나 현 의협의 최종적인 의견은 아니다”라고 연관성을 부인했다.
좌훈정 대변인도 “중복처방 취소소송은 경만호 회장이 직접 챙기고 있는 중요 사안으로 문서가 있었다면 몰랐을리 없다”면서 “6월초 청구취지를 변경한 집행부는 고시가 완화됐더라고 상위법에 근거하지 않은 불법고시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현 집행부와 무관한 사항임을 강조했다.
의협의 주장대로 소장에 명시된 소송의 원고는 의협이 아닌 10명의 개인 회원들이다.
하지만 이들 10명의 의사들은 의협의 소송 대리인 역할을 할 뿐이고 변호사를 선임해 소송비용 전액을 협회가 책임지고 지금까지 진행해왔다는 점에서 원고와 의협을 구별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좌훈정 대변인은 “문서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현재 내부조사중에 있다”고 전하고 “전임 집행부가 주먹구구식으로 회무를 했다는 의미로 누군가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