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처음으로 존엄사 대상이 됐던 김모(77) 할머니가 인공호흡기를 뗀지 한달이 됐다.
김 할머니는 호흡기를 떼면 3시간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한달째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3일 호흡기를 뗀 후 김 할머니는 수차례 산소포화도가 70~80%대로 떨어지는 등 위험한 고비를 맞기도 했지만 의료진의 적극적인 치료로 생명을 이어가고 있다.
김 할머니의 주치의인 호흡기내과 박무석 교수는 "김 할머니는 현재 호흡, 맥박, 혈압, 체온, 산소포화도 등 신체 활력 수치가 모두 정상범위에 있고 욕창도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박 교수는 "(김 할머니가)비교적 안정되어 있어 장기생존의 가능성이 있기는 하지만 언제 어떤 상황이 일어날지 예측 불가능하다"며 "의료진은 생명이 있는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할머니가 안정적인 상태로 장기간 생존하면서 의료계에서는 존엄사와 무의미한연명치료의 영역을 명확하게 구분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알아본 결과 대부분이 존엄사와 무의미한연명치료 중단의 개념을 혼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존엄사인지 연명치료중단인지 명칭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언론의 존엄사 보도 행태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김 할머니의 장기생존을 바라보는 언론의 시선은 '왜 아직 돌아가시지 않느냐'에 쏠려있다"며 "김 할머니가 이런 언론과 사회의 행태에 대해 보기좋게 한방 먹인 셈"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