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대의원회의 의협회장 선거 간선제 전환 결정은 한마디로 민초의사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그들만의 리그'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이 새삼 입증됐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경기도의사회 등 지역의사회가 실시한 의협회장 선거방식 설문조사에서 직선제 찬성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왔기 때문이다. 경기도의사회가 개원의, 봉직의, 전공의 등 4천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6%가 직선제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시의사회 설문에서도 54%가 직선제 유지를 원했다. 여기에 김해시의사회가 설문조사 중간집계를 한 결과 직선제 찬성이 74%로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의원회가 민의를 수렴하지 않은 채 간선제 전환을 결정했다는 증거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간선제 전환의 부당성 논란이 아직도 지속되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은 여기에 있다. 의협회장 직선제는 오랜 진통 끝에 힘들게 일군 직접민주주의의 성과물이었다. 그런데 대의원회는 문제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서둘러 간선제로 바꾸어버렸다. 회원들이 납득할만한 절차는 아예 무시됐다. 의협을 본떠 직선제를 도입한 다른 직역 단체들이 선거민주주의를 한 발짝씩 발전시켜 나가고 있는 이때에 의협은 뒷걸음질을 치는 신세가 되고 만 것이다.
대의원은 회원들의 의사를 대변하는 대변자 역할이다. 모든 회원들이 참여할 수 없는 물리적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도입된 것이다. 그래서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민초의사들의 의견이 반영되는 것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그러나 의협 대의원회는 회원들 위에 군림하며 회원들의 의견을 전혀 듣지 않았다. 더 가관인 것은 간선제 전환에 항의하는 회원들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압박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의협회장 선거방식 개선은 중대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공청회나 설명회를 통한 민초의사의 의견 수렴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대의원회는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아 '밀어붙이기' 꼼수란 의구심만 증폭시켰다. 대의원회가 민초의사들의 지지를 얻으려면 민의에 기초를 두는 결정을 해야 한다. 민초의사들의 의견이 자신들의 이해와 반대된다고 해서 입을 막으려 하거나 귀찮게 여기려 해서는 안된다. 대의원회는 회장선거 방식에 대한 논의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