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처방 소송 기각을 놓고 의협의 미비한 법적대처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날 서울행정법원의 ‘중복처방 고시 취소 소송’ 기각 판결을 놓고 의사의 처방권 침해를 용인한 잘못된 판결이라는 비판과 더불어 법적 대응에 미흡한 의협에 대한 지적이 일고있다.
서울행정법원 제11 행정부는 판결선고에서 “원고(의사 10명)의 청구를 기각하고 효력정지 신청도 기각한다”며 의료계의 중복처방 고시 소송 무효를 선고했다.
의협을 대신해 의사 10명이 원고로 참여한 이번 소송은 상위법에 근거하지 않은 중복처방 고시의 부당성과 고시를 어긴 의료인에게 약값 환수는 의사의 처방권을 침해한다는 처분성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법원의 판결에 대해 한 중견 개원의는 “중복처방은 과다진료와 의료보호환자의 의료쇼핑 등 일부에 국한된 문제”라면서 “장기여행 등 특수한 환자의 경우에는 사유서를 쓰면 된다고 하나 모든 의사를 규제하겠다는 고시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법조계에서는 ‘기각’은 ‘각하’와 다른 의미로 고시가 지닌 처분성의 문제는 법원이 인정했다는 시각이다.
이번 소송을 담당한 이종석 변호사(법무법인 광장)도 “법원의 기각 결정은 고시 내용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지 고시가 지닌 처분성까지 포함된 것은 아니다”라며 “환수조치 후 발생할 의사와 환자간 법적 다툼 등은 소송에서 시비를 가릴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법원의 기각 판결에 전임 의협 집행부의 의견서가 크게 작용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 개원의는 “전임 집행부 임원이 복지부에 낸 고시에 이의가 없다는 의견서가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면서 “의협이 호소문에 그치지 말고 협회의 의견이 아니라는 입장을 법원에 명확히 전달했으면 판결이 달라질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중복처방 기간이 7일이든 30일이든 이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처방권 자체가 제한을 받는다는 것이 핵심”이라며 “항소를 하더라도 의협의 돈은 돈대로 들고, 고생은 고생대로 할 것이 뻔하다”며 의협의 적극적인 대처가 부족했음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의협 박형욱 법제이사는 “전임 집행부의 의견서는 의협의 입장이 아니라는 참고서면 제출 등 할 수 있는 것은 다했다”면서 “의견서가 판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다.
박형욱 이사는 이어 “결과만 보고 판단하기 보다 판결근거가 어디에 있고 반박논리를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며 “내부의 논쟁보다 외부를 향한 논리를 개발해 법원을 설득하는데 의료계 모두가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법원의 판결문을 입수하는 즉시 법리적 분석작업에 착수해 항소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