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외과학회(이사장 이민혁)는 정부가 지난 7월부터 외과 전공의 기피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수가를 30% 가산함에 따라 조만간 ‘전공의 지원책 권고안’을 마련, 각 수련병원에 제시할 방침이다.
하지만 수가 인상에 따른 수입 증가분을 전공의 지원책에 투입해야 한다는데에는 원칙적인 합의가 이뤄지고 있지만 대형병원과 중소병원, 교수와 병원장간 지원 규모, 방식을 놓고 견해가 갈리고 있어 전공의 기피현상을 해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대한외과학회는 28일 서울대 암연구소에서 전국 외과 주임교수, 과장 회의를 열어 외과 보험수가 30% 가산에 따른 전공의 지원책 권고안 마련 방안을 논의했다.
외과학회가 이날 사실상 긴급 회의를 소집한 것은 정부가 전공의 지원 기피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파격적인 수가인상을 단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수련병원들이 전공의 지원책 마련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외과학회가 최근 전국 30개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전공의 지원책 시행여부를 표본조사한 결과 전무했다.
대한병원협회 조사에서도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병협이 외과 수가 인상 이후 전국 108개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수입 증가분을 전공의 지원책에 투입하고 있는지 회신을 요청하자 22개(대학병원 17개, 종합병원 5개) 병원만 응했다.
회신한 병원 중에서도 수가 인상분의 일정액을 전공의 보조수당으로 지급하고 있다는 병원은 12개에 지나지 않았다.
또 수련환경을 개선하고 있다는 응답이 6개, 전공의 업무를 덜기 위해 전문 보조인력을 확충했다는 병원이 8개, 의료사고 배상보험을 강화한 병원이 3개였다.
외과 교수나 의료진에 대해 인센티브를 지급한 병원은 많지 않았다는 게 병협 이혜란 평가수련이사의 설명이다.
나머지 수련병원들은 이미 7월부터 외과 수입 증가분이 발생하고 있지만 전공의 지원책을 마련중이거나 아예 준비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수련병원들이 수가인상분을 외과 수련환경 개선에 투입하지 않고, 병원 수입으로 보존하거나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자 학회는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벌써부터 3년 안에 외과 레지던트 지원율이 상승하는 등의 가시적인 수가인상 효과가 없을 경우 정부가 수가인상을 철회할 수도 있고, 외과가 더 큰 위기상황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터져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외과학회는 이날 긴급 외과 주임교수, 과장 회의에서 권고안을 발표하고 의견에 나섰다.
학회는 권고안을 통해 “이번 수가 인상을 통해 추후 정부가 목표로 하는 성공적인 외과 전공의 확보와 연계되지 않으면 전공의 부족으로 인한 어려움은 물론 정부의 정책 신인도와 직결될 수 있고, 가산 적용도 재검토될 우려가 있다”고 환기시켰다.
수련병원에 대한 전공의 지원 요구사항을 보면 △파견 근무 활성화 △실기 교육 강화 △적정 수술건수 보장 △해외학회 참가 지원 △개원에 필요한 의료 술기 체계적 교육 등을 담았다.
이와 함께 △외과 전공의 수당 지급 △의국 교육 여건 개선 △외과 전문의에 대한 경제적 배려 △전공의 근무시간 조정 △도우미 채용으로 전공의 업무 경감 △전임의 증원 등을 수련병원에 요구했다.
학회는 권고안을 각 수련병원에 제시한 후 복지부, 병협, 학회가 공동으로 이행여부를 실태조사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특히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수련병원들이 수가인상분을 전공의 지원책에 활용하고 있는지 감사해 줄 것을 요청하는 등 압박에 나설 방침이다.
이민혁 이사장은 “모 대형병원은 외과 수입 증가분 전액을 외과에 투입해 전공의 교육, 처우, 수련환경을 개선하고 의료진을 충원할 예정”이라며 수련병원의 협조를 당부했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서 수가 인상분을 전공의 수당을 포함한 수련환경 개선, 의료진 인센티브 등에 투입해야 한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었지만 지원 수위에 대해서는 상당한 견해차를 드러냈다.
상당수 외과 교수들은 수가인상분 전액을 외과에 지원해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반면 한림대의료원장인 이혜란 병협 평가수련이사는 난색을 드러냈다.
이혜란 이사는 “30% 수가 인상분을 취지대로 쓰야 하지만 병원마다 사정이 다른 만큼 전액을 내놓기는 무리”라면서 “그렇다고 병원들이 이익을 남기려고 수입 증가분을 안주려는 파렴치한으로 몰아가진 말아달라”며 이해를 구했다.
외과 전문의인 건국대병원 백남선 원장 역시 “수입 증가분 전액을 외과에 줄 수는 없지만 상당 부분을 배려할 계획”이라면서 “수련병원 외과 가운데 흑자를 내는 곳이 별로 없기 때문에 전액 재투자할 순 없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당장 외과 전공의 수련보조수당을 얼마로 책정해 권고할 것인가를 두고도 의견이 갈렸다.
삼성서울병원 외과는 수가인상으로 30억원의 추가수입이 발생함에 따라 전공의들에게 월 200만원의 수당도 지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모대학병원 원장을 겸하고 있는 외과 교수는 “추가 수입이 삼성서울병원의 1/10에 불과하다”면서 “정부가 공공병원 수련기피과 전공의들에게 월 50만원의 수련보조수당을 지급하고 있는 만큼 그 정도 수준이 적절할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외과학회가 전국 676명의 회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는 48.37%가 100만원을 꼽았지만 대형병원과 나머지 병원간 수입증가분에서 큰 차이가 있어 이 정도 수준에서 권고안이 채택될 지는 의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