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전문의 사전면담을 거치지 않은 정신병원 입원 관행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는 15일 “전남 소재 정신의료기관인 A병원에 대해 정신과전문의의 면담 절차 없이 환자의 후송을 결정한 행위는 인권침해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앞서 진정인 B씨는 입원당시 입원동의서가 제대로 작성되지 않았다며 지난 6월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기했다.
인권위의 조사결과, A병원 직원 3명이 진정인 가족의 신고를 받고 제주도에서 진정인을 후송해 입원시켰으나 이 과정에서 정신과 전문의 사전면담 등의 절차가 이뤄지지 않았고 입원동의서 역시 입원 2일이 지난 후 작성된 것으로 밝혀졌다.
현 정신보건법 제24조에는 ‘보호의무자의 동의가 있더라도 정신과전문의가 환자를 직접 대면해 진찰하고, 입원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있은 후 정신의료기관의 장이 입원을 결정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인권위는 “정신과전문의 대면이니 진찰과정없이 진정인을 후송하고 입원시킨 것은 정신보건법 위반으로 헌법에 보장된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면서 “입원당시 입원동의서도 작성하지 않고 2일이 지난 시점에서 작성한 행위도 동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다만, 입원동의서를 작성하지 않았지만 보호자인 모친이 진정인의 입원사실을 알고 있었고 진정인을 퇴원시켜 사실상 권리구제절차가 종결된 점을 고려해 재발방지 대책 마련과 함께 A병원 직원의 인권교육을 권고했다고 언급했다.
인권위측은 “이번 권고는 정신과전문의 소견 및 진단, 면담 등의 절차없이 병원직원에 의해 환자를 후송하는 관행에 대한 권고결정”이라면서 “정신장애자들의 인권보호를 위해 향후 이러한 관행이 개선되길 기대한다”고 이번 결정의 취지를 설명했다.
인권위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정신장애인 인권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신병원과 정신요양기관, 사회복귀시설 등에 입원하는 환자 중 82.5%가 보호자와 시도지사, 경찰 등에 의해 비자의적으로 입원한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