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의 리베이트 조사로 궁지에 몰렸던 8개 대형병원들이 과징금 폭탄은 면한 것으로 파악됐다. 150~18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60억원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
병원별로는 최소 5억원에서 많게는 11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8일 열린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심사관들이 조사에 상당부분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하고 있어 이마저도 대폭 조정될 가능성이 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8일 오전 전원회의를 열어 8개 대형병원의 '거래상 지위 남용행위'에 대한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이 자리에는 대형병원들을 조사해온 공정위 심사관과 각 병원 관계자 및 변호인 등이 참석했다.
8개 병원은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가톨릭의료원, 고려대병원, 길병원, 아주대병원.
공정위는 이들 병원에 대해 △선택진료비 부당징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제약사로부터 병원발전기금 징수 △의약품 납품대금 지급 지연 △치료재료 부당청구 등 4개 혐의를 적용해 적게는 5억원에서 많게는 11억원까지 과징금을 부과했다.
하지만 전원회의에서 병원들은 선택진료비 부당징수와 치료재료 부당청구 문제는 복지부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관련법을 손질, 문제가 해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공정위가 무리하게 이전 법을 적용해 혐의를 뒤집어씌우고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병원 발전기금의 경우, 공정위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강요'에 의한 것이라고 규정하며 억대의 과징금을 부과했지만, 실제로 '강요'를 입증할 제약회사의 확인서가 확보되지 않아 혐의를 입증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A병원 관계자는 "공정위는 제약사의 서명을 원했지만 단 한군데도 강요에 의한 것이라는 확인서를 써주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의약품납품대금과 관련, 공정위는 이를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규정, 의약품 수령일로부터 60일 이내에 대금을 결제하지 않으면 2년 이하 징역이나 1억5000만원 이하의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병원계는 의약품 대금 문제는 하도급법이 아닌 상법에서 다루는 게 마땅하다는 논리로 맞서 '양자가 합의해서 해결하도록 하라'는 주문을 받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B병원 관계자는 "전원회의에서 심사관과 병원쪽의 공방이 뜨거웠다. 그러나 심의위원들은 병원쪽에서 제기한 문제를 상당부분 수용, 많은 부분에 대해 심사관에게 자료보완을 요청했다"며 "과징금 수위가 지금보다도 더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실제로 여의도성모병원의 경우 부당한 선택진료비로 지적된 내용이 동명이인으로 인해 발생된 기재착오로 밝혀져 과징금의 대부분이 감면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오는 30일 기자브리핑을 통해 8개 대형병원의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처분내용을 공개할 계획이지만 자료보완 사항이 많아 예정대로 열릴지는 미지수다.
특히 8개 병원은 공정위에서 과징금 등 제제수위를 확정하면 집단 행정소송을 제기할 움직임이어서 공정위와 병원들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