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급여환자에게 본인부담금을 부과하고, 병의원 선택권을 제한하는 등의 조치가 위헌이 아니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내려졌다.
헌법재판소는 보건복지가족부가 2007년 의료급여 1종 수급권자에게 본인부담금을 부과하고, 선택병의원제, 의료급여 자격관리 시스템을 시행한 것과 관련, 최근 의료급여 수급권자 75명의 위헌확인 심판청구를 기각하고, 의협의 심판청구를 각하했다.
청구인들은 의료급여 1종 수급권자들에게 의료급여비용 중 일부를 부담하게 한 의료급여법 시행령과 선택병의원제를 규정한 의료급여법 시행규칙, 의료급여 자격관리 시스템을 규정한 보건복지부장관 고시가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과거 의료급여 1종 수급권자는 의료급여비용 전부를 의료급여기금에서 지급받았지만 의료급여법 시행령 개정으로 본인부담금제가 시행되면서 비용 일부(회당 1000~2000원, 약국 500원)을 부담해야 한다.
이에 대해 청구인들은 “1종 수급권자의 의료급여수급권을 대폭 제한한 것은 이들의 재산권과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의료급여 수급권자들이 본인부담금을 면제받기 위해 특정 병의원 1곳만 이용하도록 한 선택병의원제도 역시 적절한 진료를 받을 기회, 의료설비와 의료진이 잘 갖추어진 의료급여기관에서 정밀한 치료를 받을 기회 등을 박탈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청구인들은 의료급여 수급권자라는 사실은 물론 자신의 병력, 개인신상명세 등 사생활에 관한 사항을 모두 드러내야 의료급여기관으로부터 진료나 조제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다며 위헌확인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헌재는 “의료급여 수급자가 부담하는 본인부담금이 과도하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이 같은 부담도 매월 6천원의 건강생활유지비 지원, 본인부담보상제·상한제를 통해 경감시키고 있다”고 환기 시켰다.
헌재는 “선택병의원제도는 원칙적으로 의원급 중 한 곳을 의료급여 수급권자가 선택해 이용하되, 등록장애인, 107종의 희귀난치성질환자, 복합질환자 등에 대해서는 추가선택권을 보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의료급여 수급권을 다소 제한하더라도 이로 인해 국가가 실현해야 할 최소한도의 보장에도 이르지 못했다거나 헌법상 용인될 수 있는 재량의 범위를 명백히 일탈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게 헌재의 판단이다.
헌재는 의료급여 자격관리 시스템을 규정한 복지부 고시 역시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게 아니라고 명시했다.
헌재는 “이 고시는 의료급여를 받을 적법한 수급자인지 여부, 의료급여의 범위 등을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한 것으로 목적이 정당하고, 의료이용자에게 그 수급의 자격이 있는지 여부 및 필요한 급여액의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공단이 상병명 등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복지부 고시가 헌법상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돼 환자들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한편 헌재는 의료급여기관이 자격관리 시스템에 따라 진료정보를 공단에 제공하도록 의무화한 것과 관련, 의협의 위헌확인청구소송을 각하했다.
헌재는 “복지부 고시에 따라 진료정보를 공단에 알려 주어야 할 의무를 부담하게 되는 것은 개별 의료급여기관이며, 의협은 제3자에 불과하다”고 각하 이유를 설명했다.